사투리 12

(얼레빗 제5056호) 윷놀이에서 도ㆍ개ㆍ걸ㆍ윷ㆍ모가 뜻하는 것

“동방의 풍속이 예로부터 세시를 중히 여겨 / 흰머리 할아범, 할멈들이 신이 났네 / 둥글고 모난 윷판에 동그란 이십팔 개의 점 / 정(正)과 기(奇)의 전략전술에 / 변화가 무궁무진하이 / 졸(拙)이 이기고 교(巧)가 지는 게 더더욱 놀라우니 / 강(强)이 삼키고 약(弱)이 토함도 미리 알기 어렵도다. / 늙은이가 머리를 써서 부려 볼 꾀를 다 부리고 / 가끔 다시 흘려 보다 턱이 빠지게 웃노매라.” 위는 고려말~조선초의 학자 목은 이색이 쓴 《목은고(牧隱藁)》에 나오는 시로 이웃 사람들의 윷놀이를 구경하면서 쓴 것입니다. 이 윷놀이를 할 때 던져서 나온 윷가락의 이름, 도ㆍ개ㆍ걸ㆍ윷ㆍ모는 원래가 가축의 이름을 딴 것으로 봅니다. 곧 도는 돼지를, 개는 개를, 걸은 양을, 윷은 소를, 모는 말을 가리킵..

지상파 드라마의 한글 자막, 어떻게 볼 것인가?

지상파 드라마에 한글 자막이 도입되며 67년 관행이 바뀌었다. 1956년, 한국에서 최초의 드라마 제작을 시작하고 난 뒤 한글 자막이 나온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상파 드라마의 한글 자막 도입 그동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아닌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한글 자막을 찾기 어려웠다.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는 청각장애인에게만 따로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에스비에스가 ‘악귀’, ‘법쩐’ 등의 드라마를 재방송할 때 한글 자막을 사용하면서부터 본방송에서도 한글 자막을 도입했다. 처음 본방송에서 한글 자막을 사용한 것은 문화방송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다. ‘수사반장 1958’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

사투리 쓴다고 놀리지 말아요

소년시대 드라마에서 가져옴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직원이 사투리를 안 고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작성자는 "아무래도 부산 사투리가 너무 억양 쎄고... 좀 그렇지 않냐. 다른 거래처랑 만날 때도 막 그 특유 억양이 나와서 거래처 사람들도 다들 웃는다"라며 "입사 초반에 '(사투리) 좀 고쳐주실 수 있나요?'라고 했는데 말로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데 참 안 고쳐지더라"라고 토로했다. 해당 글은 올라온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댓글 600개 이상이 달리는 등 갑론을박 됐다. 방송직군이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군에서는 정확하고 빠른 소통을 위해 표준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반 영업직이나 서비스업 직군에서도 표준어 사용을 권유한다. 실제로 ㄱ..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13, 원래 ‘외래어표기법’은 없다

전번 이야기에서 ‘외래어표기법’을 없애고 대신에 언어별로 외국어 표기법을 만들자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외래어라는 것은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이 된 어휘를 말합니다. 어디서 들어왔건 우리말이 된 이상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여 사전에 올려 쓰면 그만입니다. 사투리도 많이 쓰게 되면 표준어가 되어 사전에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대박(daebak)’ 등 26개의 한국 낱말이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외래어표기법’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원조는 일본어 그런데 왜 ‘외래어표기법’이 생겼을까요? 그것은 일본의 통치를 받던 1933년, 에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우리보다 개방이 40년 정도 빨라 서양 문물이 물밀듯이 들..

일제의 화투놀이보다는 우리 전통 윷놀이를

고려말-조선초의 학자 목은 이색이 쓴 《목은고(牧隱藁)》에는 이웃 사람들의 윷놀이를 구경하면서 쓴 시가 나옵니다. 이 윷놀이를 할 때 던져서 나온 윷가락의 이름은 하나를 도, 둘을 개, 셋을 걸, 넷을 윷, 다섯을 모라 부르는데, 이 도ㆍ개ㆍ걸ㆍ윷ㆍ모는 원래가 가축의 이름을 딴 것으로 봅니다. 곧 도는 돼지[豚]를, 개는 개[犬]를, 걸은 양(羊)을, 윷은 소[牛]를, 모는 말[馬]을 가리킵니다. 먼저 도는 원말이 ‘돝’으로 어간(語幹) 일부의 탈락형인데 돝은 돼지의 옛말로 아직도 종돈(種豚)을 ‘씨돝’이라 부르고, 또 일부 노인들 사이에는 돼지고기를 ‘돝고기’라 부르지요. 개는 지금도 개[犬]이며, 걸은 지금 양(羊)이라 부르는 가축의 옛말입니다. 또 윷은 소[牛]로 소를 사투리로는 “슈ㆍ슛ㆍ슝·ㆍ중ㆍ..

저는 서울 사람인데 사투리를 쓴다고요?

전라도에 가면 전라도 방언을, 경상도에 가면 경상도 방언을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지역 토박이들이 한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익히기 때문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오래 거주하여 서울말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표준말을 쓴다고 생각하기 쉽다. 정말 ‘서울말’과 ‘표준말’이 같은 말이라고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은 말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서울말’은 넓은 의미에서 경기 방언 중 하나다. ‘표준말’은 한 나라의 표준이 되는 말로, ‘우리나라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말로 정한 것이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울말이 표준어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서울말을 표준말로 오해할 만하다. 표준말과 혼동하..

싸가지와 거시기

주변에서 ‘싸가지’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방송이나 공공장소에서 이 말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다. 아마 이 말이 비속어라고 생각돼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이 말은 사투리(강원, 전남)이긴 하지만 비속어가 아니므로 방송이나 공공장소에서 사용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이 말은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 될 것 같은 낌새’를 뜻하며, 표준말은 ‘싹수’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으면, “싹수가 있다.”, “싸가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잘될 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부터 보이지 않으면 “싹수가 노랗다.”, “싸가지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비록 ‘싸가지’란 말이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싸가지’ 자체가 속어나 비어인..

두루뭉술하거나 빠삭하거나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를 흔히 ‘두리뭉실하다’ 또는 ‘두리뭉술하다’고 말할 때가 있는데,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 말들은 ‘두루뭉수리’에서 비롯하였다. ‘두루’라는 말은 “빠짐없이 골고루”라는 뜻이고, ‘뭉수리’는 “모가 나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두루뭉수리’라고 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또렷하지 않은 모양”을 가리킨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수리로 넘기면 안 된다.”처럼 쓰는 말이다. 이 ‘두루뭉수리’를 줄여서 ‘두루뭉술’이라고 하기 때문에, ‘두리뭉실하다’나 ‘두리뭉술하다’가 아니라, ‘두루뭉술하다’고 해야 한다. 이 ‘두루뭉수리’와 비슷한 경우로, 말이나 행동을 적당히 살짝 넘기는 것을 “어물쩡 넘어간다.”고 하는데, 이때에도 ‘어물쩡’은 올바른 말이 아니다. ..

[토박이말 살리기]나물과 남새

지난 두날(화요일) 배움이들과 봄나들이를 갔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멀리 가지는 못했고 배곳(학교) 둘레에 좋은 곳이 있어서 그곳을 한 바퀴 돌고 왔지요. 배움이들을 데리고 나가기 앞서 가 볼 곳에 가서 살펴보고 왔습니다. 나가 보니 여러 가지 풀이 있었는데 이름을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것은 알려드리고 모르는 것들은 함께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것은 이름에 ‘풀’이 붙어 있고 어떤 것에는 ‘나물’이 붙어 있는데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드렸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가운데 ‘광대나물’이 있습니다.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의 생김새가 광대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