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탈관직 3

소 타는 것이 이리 즐거울 줄이야 – 양팽손, 「우음」

소 타는 것이 이리 즐거울 줄이야 – 양팽손, 「우음」 소 타는 것이 이리 즐거울 줄은 몰랐는데 不識騎牛好 나 다닐 말이 없는 까닭에 이제야 알았네 今因無馬知 해거름 저녁 무렵 풀 향기 가득한 들길 夕陽芳草路 나른한 봄날 저무는 해도 함께 느릿느릿 春日共遲遲 조선 중기의 문신 학포(學圃) 양팽손(梁彭孫)이 지은 「우음(偶吟, 그냥 한번 읊어보다)」이라는 한시입니다.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한 뒤 유유자적한 모습을 묘사한 전원시지요. 저 멀리 마을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땅거미를 타고 풀 향기가 솔솔 올라오는 들길을 소를 타고 가로지르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신선도 같은 느낌을 줍니다. 양팽손은 조광조(趙光祖) 등과 함께 1510년 생원시에 합격했습니다. 1519년 교리(校理) 자리에 있을..

선조 임금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송언신

선조 임금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송언신 200여 년이 지난 뒤에 그 일을 아뢰는 자가 있기에 가져다 보니 그 문장이 마치 운한(雲漢)이 밝은 빛을 내며 회전해서 찬란하게 문장을 이루어 상서로운 빛이 나와 하늘을 찌르는 것 같았다. (……) 듣건대 그의 집이 옛부터 한강 남쪽에 있는데 매우 가난하여 이 첩을 정성들여 걸어둘 곳이 없다 하므로 그 고을 수령으로 하여금 집(閣)을 지어주어 봉안(奉安)하게 하였고, 그에게 영양(榮襄)이란 시호를 내렸다. 그리고 이어 그 자손을 찾아서 그 고을에서 먹여주도록 하였다. 『정조실록』 13년(1789년) 6월 5일 기록입니다. 송언신(宋彦愼, 1542∼1612년)은 선조 때 사마시에 합격하고 예문관 검열(藝文館檢閱)과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 등을 지낸 인물입니다. ..

(얼레빗 4373호) 백사 이항복의 가르침, 나오고 물러감의 철학

在郊那似在家肥(재교나사재가비) 교외에 있는 것이 어찌 집에서 살찌는 것만 하겠냐고 人笑冥鴻作計非(인소명홍작계비) 사람들이 기러기 세운 계획 잘못됐다 비웃지만 莫把去留論得失(막파거류론득실) 가고 머무름으로 얻고 잃음을 말하지 말라 江南水闊網羅稀(강남수활망라희) 강남에는 물이 넓고 그물도 드물다네 ▲ , 비단에 색, 156.3✕86.2cm, 국립중앙박물관 이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이 지은 ‘영정안(詠庭雁)’ 곧 “뜰의 기러기를 노래함”이라는 한시로, 벼슬에서 물러나 숨어 사는 것이 더 슬기롭다는 것을 기러기에 비유하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백사는 말합니다. 들판에 있는 것이 어찌 집에서 뒹굴뒹굴 살찌는 것만 하겠냐고 또 사람들이 기러기 세운 계획이 잘못됐다고 비웃지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