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말모임 114

‘실버 서퍼’가 ‘디지털 친화 어르신’? 실용성 낮은 순화어

‘실버 서퍼’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실버 서퍼(silver surfer)’는 인터넷이나 스마트 기기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노년층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렇다면 ‘디지털 친화 어르신’은 들어본 적 있는가? 두 단어 모두 처음 들어봤다면 둘 다 같은 개념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디지털 친화 어르신’이 ‘실버 서퍼’를 대체하는 순화어라는 점은 더더욱 알기 어렵다. ‘디지털 친화 어르신’을 구성하는 단어가 원래 단어와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리클라이너’의 순화어 ‘각도 조절 푹신 의자’는 순화어에서 원래 단어를 유추하기 더 어렵다. ‘리클라이너’의 개념을 일일이 풀어 쓰다 보니 생긴 일이다.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국립국어원(이하 국어원)과 함께 관련 분야 전문..

각양각색의 ‘매치 메이킹’, ‘상대 결정’으로 한 번에

‘매치 메이킹(match making)’은 한 가지 말로 다듬기가 쉽지 않은 용어다. 어떤 분야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할 우리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전상의 뜻부터 보자. 에는 ‘대결 상대를 정하는 일’이라는 풀이가 올라있다. 영어사전에서는 ‘중매, 경기를 성사시키기’ 혹은 ‘(경기의) 대진표짜기’라고 설명한다(YBM사전, 동아프라임 사전). 한편 국립국어원의 새말 모임 회의 자료에는 ‘대화나 사업 등에서 상대방을 정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까 ‘매치 메이킹’이란 말은 운동이나 게임 경기, 중매에도, 사업상 용어로도 두루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온라인 미팅 상품을 소개한 2000년 기사에서다. “000는 개인정보와 이상형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매칭률, ..

[영상] 알기 쉬운 우리 새말 - 음식편

https://youtu.be/yPWwtVFuQYs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음식편] 먹깨비의 살이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상 속에 만연한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꿔 사용합시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오마카세와 페어링은 '주방특선'과 '맛조합'으로

“최근 커피나 차와 같은 음료도 오마카세 형식으로 내는 것이 트렌드다. 티 카페를 방문하면 차를 우리는 퍼포먼스도 감상할 수 있고, 전문가가 차를 우리면서 하나 하나 큐레이팅을 해주고 차와 페어링하기 좋은 음식을 추천해준다.” 2022년에 발간된 의 기사 한 대목이다. 보다시피 웬만한 명사는 모두 외국어로 되어있다. 그동안 패션 용어가 외국어로 범벅되는 추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지금은 식문화마저 그런 모양새를 보인다. 외국어를 쓰지 않으면 유행에 뒤떨어진다는 강박마저 느껴진다랄까. 그런 의미로 위 문장에서도 등장한 여러 외국어 중 최근 새말 모임이 다듬어 낸 ‘오마카세’와 ‘페어링’을 살펴보자. ‘오마카세(omaka[御任]se)’란 주방장이 만드는 특선 일본 요리를 일컫는 일본어로, 주방장이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갈등이 풀리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등돌림 문화

새말 모임에서 다듬는 외국어 신조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예전부터 있었던 개념으로 이미 우리말 이름이 있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영어로 바꿔 부르기 시작한 말이 그 한 가지다. 이번 달 새말 모임에서 다듬은 외국어 중 ‘머니 무브’나 ‘뱅크 런’ 등이 그렇다. 딱히 새로운 현상도 아닌데 멀쩡한 우리말로 불리던 ‘자금 이동’, ‘인출 폭주’가 어느 순간 영어로 둔갑했다. 새말 모임은 원래 쓰이던 이 우리말을 새삼 ‘새말’로 되돌렸다. 또 다른 하나는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나 현상이라 우리말로 이를 일컬을 말이 정착하기 전에 영어 표현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부터 살펴볼 ‘캔슬 컬처(cancel culture)’가 그렇다. 캔슬 컬처는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인사가 논쟁이 될 만한 행..

[우리말 쉽고 바르게-3]① 페어링→맛조합, 오마카세→주방특선…어떤 게 더 듣기 좋나요

# 1.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 중 우리말 아닌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외국어가 대부분이에요.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보도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쉽게 바꿔 쓸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워낙 오랫동안 호텔업계 직원들이 사용해왔기에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도 왕왕 발생합니다." -국내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하는 김모씨- # 2. "외국어도 그렇지만 최근 넘쳐 나는 신조어 등이 건강한 언어문화를 해친다는 것은 알겠으나 무조건 우리말로 바꿔 쓰려고만 하다 보니 무척 어색한 부분도 종종 눈에 띄더라고요. 최근 '웰빙(well-being)'을 우리말로 바꾸면 '참살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어요. 외국어를 '직역'한 수준으로만 보여서요." -국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