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신 5

(얼레빗 제4736호) 선비들의 즐거움, 평상에서 책 읽기

“좌탑은 네 모서리에 장식이 없고, 큰 자리를 얹어놓는다. 관사 안에 지나다니는 길 사이에 두고, 관리들이 쉴 때 썼다. 와탑은 3면으로 난간이 세워져 있으며, 비단 보료가 깔리고 큰 자리가 놓여 있다. 단지 임금과 높은 벼슬아치와 관련한 의식이 있거나, 중국 사신을 접대할 때만 사용한다.” 중국 송(宋)나라 관리로 고려 인종(仁宗) 원년(1123)에 사신으로 온 서긍(徐兢)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이렇게 좌탑(坐榻)과 와탑(臥榻) 곧 평상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 국립민속박물관 평상(平床)은 솔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바둑을 둘 때 또는 낮잠을 잘 때 쓰는 것으로 대청이나 누(樓)마루에 놓여 있었지요. 기다란 각목(角木)이 일정 간격으로 벌어져 있어 통풍이 잘되므로 여름철에..

율곡이 칭송한 ‘백세의 스승’ - 김시습, 「산거집구」

율곡이 칭송한 ‘백세의 스승’ - 김시습, 「산거집구」 천산과 만산을 돌아다니고 踏破千山與滿山 골짝 문을 굳게 닫고 흰구름으로 잠갔다 洞門牢鎖白雲關 많은 소나무로 고개 위에 한 칸 집 지으니 萬松嶺上間屋 승려와 흰 구름 서로 보며 한가하다 僧與白雲相對閑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쓴 한시(漢詩) 「산거집구(山居集句)」입니다. ‘집구(集句)’란 이 사람 저 사람의 시에서 한 구절씩 따와 새로운 시를 짓는 것으로, 운자(韻字)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창작 이상의 예술혼이 담긴 작품이지요. 이 작품에는 떠돌이 삶을 산 자신의 모습과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 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골짝 문을 굳게 닫고 흰구름으로 잠갔다”라든가 “승려와 흰 구름 서로 보며 한가하다”라는 시구에서는 김시습이 뛰어난..

우리나라 첫 금서 《금오신화》와 군사정권 시절 금지곡

우리나라 첫 금서는 《금오신화(金鰲新話)》입니다.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을 못마땅하게 여긴 김시습은 생육신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의 법호인 설잠(雪岑)은 ‘눈 덮인 봉우리’로서 외로운 방랑의 삶을 의미하고 또 다른 호인 청한자(淸寒子)는 맑고도 추운 사내, 벽산청은(碧山淸隱)은 푸른 산에 맑게 숨어 산다, 췌세옹(贅世翁)은 세상에 혹 덩어리일 뿐인 늙은이라는 뜻이어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시습상, 무량사 《금오신화》는 왜 금서가 되었을까요? 거기에 실린 5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남염부주지〉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정직하고 사심 없는 사람이 아니면 이 땅의 임금 노릇을 할 수 없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폭력으로써 백성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덕망 없는 사람이 왕위에 올라서는..

(얼레빗 4477호) 《소학》 읽는 아이 어찌 큰 뜻 알겠는가

業文猶未識天機(업문유미식천기) 글을 읽어도 아직 천기를 알지 못하였더니 小學書中悟昨非(소학서중오작비) 《소학》을 읽고 어제의 잘못을 깨달았도다 從此盡心供子職(종차진심공자직) 이제부터 마음을 다하여 자식의 직분을 하려 하노니 區區何用羨輕肥(구구하용선경비) 구차스럽게 어찌 잘살기를 부러워하리오? 이는 조선전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김굉필(金宏弼)의 곧 《소학(小學)》을 읽고 쓴 한시입니다. 그는 공부해도 아직 천기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였는데, 《소학(小學)》을 읽고 나서야 어제의 잘못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다하여 자식의 직분을 다하고자 하니 구차스럽게 잘사는 삶을 부러워하지는 않겠다고 노래합니다. 그는 《소학》에 심취해 스스로 ‘소학동자’라 일컬었으며, 주위에선 그를 《소학..

(얼레빗 3790호) 명성이 즈믄해를 갈 생육신 김시습

한국문화편지 3790호 (2018년 04월 06일 발행) 명성이 즈믄해를 갈 생육신 김시습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790] [신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悅卿道高下(열경도고하) 열경이 높은 도로 내려왔다가 留影在禪林(유영재선림) 영정만을 절에다 남겨 놓았네 一片水中月(일편수중월) 한 조각 물속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