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 11

(얼레빗 제5032호) <262칸 대가람 회암사> 전시 보러 갈까요?

장령(掌令, 사헌부의 정사품 벼슬) 구치곤(丘致崐)이 아뢰기를, "지금 중의 무리들이 일을 하지 않고 놀면서 먹고 있으니, 백성에게 해독(害毒)을 끼치는 것이 심합니다. 이들을 군대에 편입시킨다면 군사가 어찌 넉넉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평안도(平安道) 백성 가운데 중이 된 사람은 다른 도(道)보다 곱절이나 되니, 청컨대 모두 찾아내어 군대의 정원(定員)에 편입시키소서." (가운데 줄임) "지난 정해년에 호패(號牌)를 시행하였을 때도 중의 무리가 30여 만 명이나 되었으니, 이로써 살펴본다면 지금은 거의 40여 만 명이나 될 것입니다.“ 위는 《성종실록》 111권, 성종 10년(1479년) 11월 29일 치 기록입니다. 중의 무리가 40여 만 명이나 돼 군사가 넉넉하지 않다고 하며, 중들을 군대에 보내도..

(얼레빗 제4975호) 토착종교, 무조건 배척하면 안 돼

"무식한 무리들이 요사스러운 말에 혹하여, 질병이나 초상이 있으면 즉시 야제(野祭, 길가나 들에서 지내는 제사)를 행하며, 이것이 아니면 이 빌미[祟, 재앙이나 병 따위 불행이 생기는 원인]를 풀어낼 수 없다고 하여, 남녀가 떼를 지어 무당을 불러 모으고 술과 고기를 성대하게 차리며, 또는 중의 무리를 끌어오고 불상(佛像)을 맞아들여, 향화(香花)와 다식(茶食)을 앞에 벌려 놓고는 노래와 춤과 범패(梵唄)가 서로 섞이어 울려서, 음란하고 요사스러우며 난잡하여 예절을 무너뜨리고 풍속을 상하는 일이 이보다 심함이 없사오니, 수령들이 엄하게 금하고 다스리되, 만일 범하는 자가 있으면 관리와 이(里)의 정장(正長)ㆍ색장(色掌) 등을 함께 그 죄를 다스리게 하옵소서.“ 위는 《세종실록》 53권, 세종 13년(14..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6, 이해하기 어려운 《훈민정음》 해례 서문

《훈민정음》 해례의 서문은 세종대왕이 직접 쓰신 글이라 합니다. 그 첫 문장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通”은 언해본에 “나랏 말쌈이 중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지 아니할 쌔”로 뒤펴(번역) 있습니다. 이는 600년 전 말이니 현대어로 옮기면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로는 서로 통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나랏 말쌈이 중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지 아니할 쌔”라고 된 《훈민정음》 해례의 서문 김슬옹 교수는 그의 책 《세종대왕과 훈민정음학(2010, 지식산업사)》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30여 편의 논문과 책은 서문을 구절별로 나누어 비교 분석하였는데 이 부분의 해석은 모두 비슷하며 교과서에도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말과 달라서 한자로는 서로 잘 통하지 못하므로’로 되어 있..

천상열차분야지도 기념우표

농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었던 우리나라에서 천문학은 매우 중요한 학문이었습니다. 해와 달의 움직임, 철마다 달라지는 별자리 등을 살펴 시간과 절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왕들은 정치 질서의 근원을 하늘의 이치에 두고 왕권 강화와 정치 안정을 위해 천문학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태조 이성계는 건국 직후부터 천문학에 관심을 기울이며 많은 성과를 이뤄냈고, 과학적 창의성이 담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완성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이름은 ‘하늘의 형상을 12개의 구역별로 나눠 순서대로 배열해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1392년에 고려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왕조인 조선이 개국할 때, 백성들은 흔쾌히 새 왕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성난 민심..

띠풀 집에 밝은 달 맑은 바람이 벗이어라 – 길재, 「한거」

띠풀 집에 밝은 달 맑은 바람이 벗이어라 – 길재, 「한거」 시냇가 띠풀 집에 한가히 지내노라니 臨溪茅屋獨閑居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흥취가 가득하네 月白風淸興有餘 손님이 오지 않으니 산새가 찾아와 지저귀는데 外客不來山鳥語 대나무 밭에 평상을 옮겨놓고 누어서 책을 보네 移床竹塢臥看書 고려 말 충신인 야은(冶隱) 길재(吉再)의 한시 「한거(閒居, 한가히 지내다)」입니다. 그는 새 왕조인 조선에 벼슬하지 않고 금오산(金烏山)에 은둔하여 후학 양성에만 몰두했지요. 고려 조정에서 벼슬을 했던 그는 조선 왕조에서 부귀공명을 누리는 것이 욕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길재는 시냇가에 띠풀로 이은 집을 짓고 조용히 삽니다. 이 집에는 손님이 찾아오지 않지만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벗이 되지요. 그뿐만 아니라 산새까지 ..

궁중화원의 그림 솜씨,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

궁중화원의 그림 솜씨,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 고려시대 우리 겨레는 찬란한 청자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그러다 조선시대 들어 청자 대신 백자가 유행했습니다. 고려는 불교와 귀족의 나라로 사후세계의 구원에 관심이 많았기에 환상적이며, 불교적인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상감기법을 이용한 많은 무늬와 화려한 색깔의 청자가 발달했지요. 반면 조선은 성리학이 중심이 된 나라로 현실적, 합리적,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지배했습니다. 그래서 그릇으로서 도자기는 무늬, 색깔보다는 견고하고 기능적인 것을 선호한 탓에 백자가 발달했습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두 나라의 철학적 배경이 만들어낸 것이지요. 초기의 조선백자 가운데 국보 제166호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가 눈에 띕니다. 높이 41.3cm, 입지름 ..

(얼레빗 4595호) 산중 시냇물 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네

雨後山中石澗喧(우후산중석간훤) 비 온 뒤 산중 바위틈에 시냇물 소리 요란한데 沈吟竟日獨憑軒(침음경일독빙헌) 시 읊으며 종일 홀로 난간에 기대있네 平生最厭紛囂地(평생최염분효지) 평생에 가장 싫은 것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인데 惟此溪聲耳不煩(유차계성이불번) 오직 이 시냇물 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네 ▲ 회재, 산속 시냇물 소리는 거슬리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 김형근 작가) 이 시는 조선 성리학의 큰 맥을 이루는 대학자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의 작품 로 산중에 보이는 사물을 노래한 한시입니다. 비가 온 뒤라 산속의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요란한데, 온종일 시를 지어 읊조리며 홀로 난간에 기대어 여유로움을 즐깁니다. 회재가 평생에 가장 싫어하는 것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인데, 이 시냇물 ..

(얼레빗 4232호) 68살 이황, 17살 선조에 《성학십도》를 올려

“이황이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올렸는데, 1. 태극도(太極圖), 2. 서명도(西銘圖), 3. 소학도(小學圖), 4. 대학도(大學圖), 5.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 6.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 7. 인설도(仁說圖), 8. 심학도(心學圖), 9. 경재잠도(敬齋箴圖), 10.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였다. 상은 그..

(얼레빗 4117호) 고봉과 퇴계, 8년 동안의 치열한 논쟁

한국문화편지 4117호 (2019년 07월 09일 발행) 고봉과 퇴계, 8년 동안의 치열한 논쟁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17][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금 깨우쳐주신 말씀을 받으니, 경계되고 두려운 마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잘못은 바로 진실한 공부는 하지 않고 한갓 말로만 서로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