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12

(얼레빗 제4751호) 전쟁 속 민중의 한이 서린 판소리 '적벽가'

판소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이면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랐는데 부채를 든 1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창(소리)ㆍ아니리(사설)ㆍ발림(몸짓)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극적 음악입니다. 본래 판소리는 춘향가ㆍ심청가ㆍ수궁가ㆍ흥보가ㆍ적벽가ㆍ변강쇠타령ㆍ배비장타령ㆍ옹고집타령ㆍ강릉매화타령ㆍ무숙이타령ㆍ왈자타령ㆍ장끼타령ㆍ가짜신선타령(또는 숙영낭자전) 등 12마당이었으나, 현재는 춘향가ㆍ심청가ㆍ수궁가ㆍ적벽가ㆍ흥보가 등 5마당만이 전승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적벽가’는 ‘화용도(華容道)’라고도 하는데 중국 구전 역사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빌려와 소리하고 있지요. ‘적벽가’는 원래 충의를 노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당성이 없는 권력에 의해 전쟁..

마음 울리는 해원의 몸짓, 곱사춤 공옥진

“병신춤이라 부르지 마시오.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 병들어 죽어 가는 사람 장애자들 내 동생 어린 곱사 조카딸의 혼이 나에게 달라붙어요. 오장 육부가 흔들어 대는 대로 나오는 춤을 추요.” (p.14) 광대 공옥진이 춘다. 오장 육부를 뒤흔들며 춘다. 이른바 ‘병신춤’이다. ‘병신’이라는 말에 내포된 부정적 어감을 지우기 위해 ‘곱사춤’으로도 불리는 이 춤은,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이들의 한과 눈물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한판 굿에 가깝다. 한 시대를 풍미한 판소리 명창, 1인 창무극의 대가, 곱사춤 명인 공옥진은 아이돌 그룹 투애니원의 단원 공민지의 고모할머니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공민지 또한 집안에 면면히 흐르는 ‘예인의 피’를 입증하듯, 수많은 아이돌 그룹 가운데서도 예사롭지 않은 춤 실력으로 이름을 날..

민족 가장 큰 명절 설, "집에서 우리 민속 예술 한마당 어떠세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한국민속예술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장수 민속축제 '제62회 한국민속예술제'가 온라인에서 펼쳐진다. 195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라는 명칭으로 창설된 '한국민속예술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속축제다. 탈춤, 강강술래 등 180여 개 종목의 국가 및 지방무형문화재 지정, 11개 종목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등 전국에 산재하는 700여 종목의 우리 민속 예술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기여해 왔다. 제62회 한국민속예술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예선을 실시하지 못해 지난해 참여단체가 대부분 재출전한 가운데,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지금까지 한국민속예술제의 주요 볼거리가 마당에서 민속의 신명을 느끼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현장성이었다면, 온라인 한국민..

(얼레빗 4687호) 텔레비전에 등장한 ‘정가(正歌)’의 아름다움

지난 9월 말부터 종편 텔레비전 JTBC에서는 국악과 대중음악의 넘나들기(크로스오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국악이 가진 멋과 매력을 선사하는 우리나라 첫 국악 경연 프로그램 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즈음 병마와 싸우느라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다시보기를 통해 접할 수 있었는데 국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혼이 담긴 무대 몸짓과 소리를 통해 감동을 받았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이 무대는 민요, 판소리 등의 소리꾼들이 새롭게 편곡한 국악과 대중가요를 가야금ㆍ대금ㆍ해금 등 국악기는 물론 기타, 신시사이저, 마린바 등 서양악기에 맞추어 멋진 노래를 불렀음은 물론 흔히 만날 수 없는 남성 가야금병창까지 들을 수 있어 정말 국악에 대해 일반인들이 새롭게 눈 뜰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

(얼레빗 4679호) 판소리를 신명나게 하는 ‘판소리고법(鼓法)’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는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 제2차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뽑혔고,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위대한 무형유산 판소리는 창(소리), 말(아니리), 몸짓(너름새)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가는 소리꾼만 있어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판소리 소리꾼이 소리를 하기 위해서는 북으로 장단을 맞춰주는 고수(鼓手)'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북반주를 하는 고수는 연출가인 동시에 지휘자로는 명창의 소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해서 ‘1고수 2명창’이란 말이 있을 만큼 고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수는 추임새를 넣어 소리꾼이 소리를 신명나게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구실도 하는데 수많은 군사가 싸우는 장면에선 힘..

(얼레빗 4649호) 흉터투성이인 성대로 소리를 하는 판소리

판소리학회 회장을 지낸 군산대학교 최동현 교수는 그의 책 《소리꾼, 득음에 바치는 일생》에서 “판소리 창자들이 갖추어야 할 요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득음’이다.”라고 말합니다. 판소리는 음악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예술이고, 또 판소리에서 사용하는 ‘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길고 험난하기 때문인데, 소리꾼이 훈련하는 과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는 것이 다 이 득음 때문입니다. ‘득음(得音)’이란 곧 ‘소리를 얻는 것’으로 본래 소리꾼이 가지지 못한 소리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판소리에서 소리꾼들이 쓰는 소리는 매우 독특한 것으로 바로 목쉰 소리를 말합니다. 판소리는 큰 음량으로 길게는 8시간 동안 여러 사람 앞에서 불러야 하기에 오랜 시간 동안 소리를 해도 괜찮도록 단련해서 목이 쉰 상태를 만..

(얼레빗 4548호) 중모리장단의 황해도민요 <몽금포타령>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드니 금일도 상봉에 임 만나 보겠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임 만나 보겠네 갈 길은 멀구요 행선은 더디니 늦바람 불라고 성황님 조른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성황님 조른다” 얼마 전 JTBC ‘펜텀싱어’라는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서도민요 이 울려 나왔습니다. 시즌3에서 2위를 차지한 '라비던스'라는 그룹의 노래인데 이들은 소리꾼 고영열을 이끔이로 베이스바리톤 김바울, 테너 존노, 뮤지컬배우 황건하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들은 서도민요 에 경기민요 를 조합해서 불렀지요. 한 블로거는 자신이 음악 교사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색들이 귀를 의심할 정도로 하나로 어우러진다. 오직 자신들의 개성과 빛나는 목소리는 하나도 포기하지 않은 채 그냥 그냥 하나가 되어 들린다.”라고 ..

(얼레빗 4218호) 소리꾼 혼자 8시간을, 완창판소리

‘판소리’는 소리꾼이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서사적인 이야기를 소리와 아니리(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 나가는 사설)로 엮어 발림(소리의 극적인 전개를 돕기 위하여 몸짓으로 하는 동작)을 곁들이며 구연하는 고유의 민속악입니다. ‘판소리’는 1964년 12월 24일 국가무..

(얼레빗 4202호) 판소리 여섯마당을 정리한 신재효

우리 겨레의 전통예술 가운데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이며,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른 판소리가 있습니다. 소리꾼이 고수 장단에 맞추어 창ㆍ아니리ㆍ발림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극적 음악이지요. 본래 열두 마당이었으나 지금은 &lt;춘향가&gt;ㆍ&lt;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