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 22

우리말 탐구 - 그저 매서운 추위?두 개의 뜻을 가진 ‘강추위’

‘여름이 더우면 겨울이 춥다.’는 속설이 있다. 올 여름에 불볕더위가 심했던 탓에 올 겨울에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강추위’라는 말을 두고 ‘심한 추위’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강추위’는 두 가지 뜻이 있는 동음이의어다. 일 음절 한자어 접사 ‘강(强)-’과 ‘추위’가 합해진 ‘강(强)추위’와 순우리말인 ‘강추위’는 소리와 모양은 같으나 그 뜻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심한 추위’라는 뜻으로 쓰는 ‘강추위’는 접사 ‘강(强)-’이 쓰인 ‘강(强)추위’일까? ‘강추위’일까? 접사 ‘강(强)-’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매우 센, 호된’이라는 뜻을 더한다. ‘강(强)추위’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뜻하며, 다음과 같이 쓰인다 다..

당신의 문해력은 안전한가?

문해력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넓은 의미로는 글을 이용해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오늘날 문해의 대상은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영상 등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단지 독해 능력이 아닌 개인과 사회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문해력이 저하되면 개인 또는 사회적인 과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없다. 즉, 문해력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최근, 한국인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2020년 정부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확정하면서 토요일인 광복절부터 사흘 연휴가 이어진다는 기사가 나온 적 있다. 3일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사흘’의 뜻을 모르는 이들로 인해 온라인 커뮤..

퍼실리테이터, 이제는 ‘소통지도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 참여 공론화 토론회가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 재개 문제부터 대학입시제도 개선, 헌법 개정, 미세먼지 대책, 대구·경북 행정통합, KBS의 공적 책무와 같은 주제들이 정부 부처 공직자들 탁자에서 벗어나 국민이 참여하는 숙의형 정책 토론 마당에 폭넓게 펼쳐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몇 해 전만 해도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하던 대면 회의는 이제 열기 힘들다. 비대면 화상회의로 전환되면서 회의를 주관하는 주최 측의 고민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은 화상회의에서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또는 모더레이..

우리 가게 정짜님들

가짜 물건이나 모조품을 ‘짝퉁’이라고 하는데, 이 말에 반대되는 순우리말이 있다. 바로 ‘정짜’라는 말이다. ‘정짜’는 거짓으로 속여 만든 물건이 아닌 정당한 물건을 뜻하는 말이다. “그 명품 가방이 짝퉁인지 진품인지 구별되지 않는다.”고 할 때, 이 ‘진품’은 한자말이고, 그에 해당에는 순 우리말이 ‘정짜’이다. 그런데, 순우리말 ‘정짜’ 외에 한자 ‘바를 정’(正) 자를 쓰는 ‘정짜’가 또 있다. 이때의 ‘정짜’라는 말은, 가게에 들러 그냥 눈 구경만 하지 않고 들르면 꼭 물건을 사 가는 단골손님을 뜻하는 말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손님이 바로 ‘정짜’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상인들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손님도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굳짜’이다. ‘굳짜’는 ..

외래어인 듯, 순우리말인 듯 헷갈리는 단어들

2012년 한글날, 가수 나르샤는 트위터에 자신이 순우리말 예명을 쓰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게시글을 남겨 화제가 되었다. 여러 뉴스에서 나르샤의 글을 기사로 옮겼으며, 대중들은 나르샤가 순우리말이 아닌 외래어인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르샤뿐만 아니라 가수 ‘미르’의 이름 ‘미르’ 역시 외국어인 줄 알았던 한국어 이름으로 뽑혔다. ‘나르샤’, ‘미르’ 같은 이름들이 외국어나 외래어 같다고 뽑힌 이유는, 외래어 사용이 많아지면서 특정 발음이 외국어에서만 쓰는 발음이라 혼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르’ 같은 혀 굴리는 발음, ‘샤’ 같이 한국어에서 잘 쓰지 않지만 일본어나 영어에서 자주 쓰는 발음이 혼동을 준 것이다. 한국어는 순우리말인 고유어, 영어 등에서 유래한 외래어, 그리고 한자어 모두 ..

까치 까치 설날은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어제, 그제/그저께, 그끄제/그끄저께, …’와 같이 순우리말을 지켜서 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대적 가리킴말에서는 순우리말들이 차츰 힘을 잃어 가고 한자말들이 거의 굳어져 가고 있다. 지난날에는 ‘초하룻날, 초이튿날, 열하룻날, 열이튿날’처럼 말했었지만, 요즘엔 흔히 ‘일일, 이일, 십일일, 십이일’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일’(1일)부터 ‘이십구일’(29일)까지는 순우리말로 ‘초하루, 초이틀, …, 열하루, 열이틀, …, 스무하루, 스무이틀, …, 스무아흐레’처럼 세고, ‘삼십일’(30일)은 ‘그믐날’이라 말한다. 또, 달을 셀 때에는 음력으로 한 해의 열한 번째 달을 ‘동짓달’이라 하고, 마지막 달을 ..

‘여우다’와 ‘여의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예식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아들딸을 다 키워놓으면 자기들끼리 짝을 이뤄서 부모 곁을 떠나는데, 우리말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뜻하는 ‘여의다’와 ‘여우다’가 있다. ‘여의다’는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이별하다.”란 뜻으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이 말을 “딸을 여의다.”처럼 ‘딸을 시집보내다’라는 뜻으로도 쓰게 되었다. 본디 딸을 시집보내는 것을 이르는 우리말은 ‘여의다’가 아니라 ‘여우다’이다. “아랫마을 김씨네가 막내딸을 여운다고 해.”처럼 요즘도 시골 어르신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그런데 ‘여우다’가 ‘여의다’와 발음이 비슷한데다가, 아주 옛날에는 딸을 시집보내고 나면 다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마치 죽어서 이별한 것과 다름없다 하여 그 슬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