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바람 7

해를 가린 뜬구름 쓸어갈 싹쓸바람은? - 권근, 「중추」

해를 가린 뜬구름 쓸어갈 싹쓸바람은? - 권근, 「중추」 가을바람과 옥 같은 이슬이 은하를 씻은 듯 秋風玉露洗銀河 달빛은 예부터 이런 밤이 좋았다 月色由來此夜多 슬프게도 뜬구름이 해를 가려버리니 惆悵浮雲能蔽日 술잔을 멈추고 한 번 묻노니, 어쩌자는 것인가 停杯一問欲如何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인 양촌(陽村) 권근(權近)의 한시 「중추(仲秋)」입니다. 권근은 조선 개국 후 ‘사병 폐지’를 주장하여 왕권 확립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대사성, 세자좌빈객 등을 역임하고 길창부원군에 봉해졌지요. 문장에 뛰어났고, 경학에 밝았으며, 저서에는 『입학도설(入學圖說)』, 『양촌집(陽村集)』, 『사서오경구결(四書五經口訣)』, 『동현사략(東賢事略)』 따위가 있습니다. 시에서는 슬프게도 뜬구름이 해를 가려버립니다.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35-동무를 고르는...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은 요즘이다. 싹쓸바람이 올라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우리나라로 안 온다는 반가운 기별을 너희들도 들었을 거야. 그래도 비가 많이 올 거라고 하니 오가는 길 우리 모두 조심하기로 하자. 지난 오란비(장마) 때 사 놓고 신지 못한 비신도 신어 보길 바란다.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동무를 고르는 데는 천천히, 동무를 바꾸는 데는 더 천천히."야. 이 말씀은 앞서 다른 말씀을 하신 분으로 알려 드린 적이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 님께서 남기신 말씀이란다. 워낙 널리 알려 지신 분이고 좋은 말씀을 많이 남기신 분이라 다음에도 또 이름을 들을 날이 오지 싶구나. 이 말씀은 우리가 살면서 동무를 사귀는 것이 얼마나 종요로운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32-고개를 똑바로 들고...

어제는 싹쓸바람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 쪽으로 온다고 해서 걱정을 좀 했었는데 비가 한목에 많이 내려서 곳곳에 어려움을 주었지, 바람이 쓸어 간 것은 많지 않다는 기별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밤이 이슥할 때까지 일을 하다가 번개가 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소리를 듣고 밖을 내다보기도 했는데 바람은 그리 세게 불지 않더구나. 다른 때 같았으면 바람 소리와 함께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을 수도 있는데 아침까지 푹 잘 자고 일어나니 비가 거의 그쳤더라.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고개를 똑바로 들고 길을 보라. 길이 보이면 보고 있지만 말고 걸어라."야. 이 말은 미국에서 이름난 지은이(소설, 극, 시나리오)이자 슬기맑힘이(철학자)인 아인 랜드 님이 남긴 말씀이라고 하는데 무슨 일이든 첫걸음을 떼어 ..

[토박이말 살리기]-7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해마다 이맘때면 여러 날 동안 비가 오래도록 오는 오란비, 장마철인데 올해는 좀 늦게 왔습니다. 오란비가 비롯되면 그야말로 무더위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비가 잦으면 비설거지를 할 일도 잦기 마련이지요. 옛날과 견주어 볼 때 치우고 덮을 게 많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이제 그야말로 온 누리가 더위 누리가 되는 더위달, 7월입니다. 더운 만큼 시원한 물과 바람을 절로 찾게 되는 달이기도 하지요. 이렛날이 ‘좀더위’이고, 스무 이튿날이 ‘한더위’인 것만 보아도 어떤 달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달끝에는 여름 말미를 얻어 바다로 골짜기로 시원함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입니다. 집을 빌려 가는 사람도 많지만 들살이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예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더러 보..

[토박이말 살리기]한바람, 작달비, 큰물

엊그제 밤에 벼락과 함께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이처럼 짧은 동안 비가 많이 내리는 일이 앞으로 잦을 것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곳곳에 ‘태풍’ 때문에 ‘폭우’가 내려 ‘홍수’로 하천이 ‘범람’을 하는 바람에 건물이 ‘침수’되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지요. ‘뉴스’에서 자주 듣다보니 어른들에게는 눈과 귀에 익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말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아마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가운데 잘 모르시는 분들도 더러 계실 것입니다. 그런 말을 갈음할 수 있는 토박이말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슬프고 알고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앞으로 자주 듣게 될 ‘태풍’, ‘폭우’, ‘홍수’ 같..

(얼레빗 4433호) 흙담ㆍ돌담ㆍ생울타리가 빚는 시골 풍경

담은 집 둘레의 표시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으려고 흙ㆍ돌ㆍ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한옥에서 담의 의미는 크지 않습니다. 뛰어넘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도둑을 막으려는 뜻보다는 그냥 경계로서의 뜻이 더 큽니다. 그리고 한옥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담의 종류로는 먼저 짚을 썰어 넣고 석회를 적당히 섞은 흙으로 다져서 굳힌 토담(흙담)이 있습니다. 또 자연에서 얻은 돌로 쌓아 올린 돌담(돌각담)이 있으며, 그 밖에 나뭇가지나 수수깡으로 둘러치는 경계인 울타리, 나무를 돌려 심어서 저절로 울타리가 되게 한 생울타리도 있지요. ▲ 한옥의 담 종류 : 흙담, 돌담, 화초담, 생울타리(왼쪽부터) 그리고 특별한 담으로 경복궁 자경전에 있는 화초담이란 것도 있습니다. 화초담은 여러..

(얼레빗 4414호) 우리말 이름 ‘싹쓸바람’과 ‘실바람’

어제, 오늘은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온 나라가 초비상이었습니다. “바비가 몰고 온 싹쓸바람 전국 초비상”, “싹쓸바람 몰고 '바비' 북상, 내일 영향권”, “초속 45m '싹쓸바람' 이끌고 오는 태풍 바비” 등의 뉴스가 눈에 띄었지요. 여기서 ‘싹쓸바람’이란 지상 10m 높이의 풍속이 초속 32.7m 이상으로 육지의 모든 것을 쓸어갈 만큼 피해가 아주 격심한 것을 이릅니다. ▲ 싹쓸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고 넘어졌다.(KBS뉴스 갈무리) 그런데 이 바람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바람의 세기(보퍼트 13 등급)가 있습니다. 기상청은 이 등급에 맞춰 우리말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연기가 똑바로 올라가 바람이 거의 없는 상태(풍속 초당 0~0.2m)는 '고요', 풍향계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연기가 날리는 모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