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학궤범 7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41,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슬기’와 ‘설미’

우리 토박이말에는 이치를 밝히고 올바름을 가리는 일에 쓸 낱말이 모자라 그 자리를 거의 한자말로 메워 쓴다. 이런 형편은 우리말이 본디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머리를 써서 이치를 밝히고 올바름을 가리는 일을 맡았던 사람들이 우리말을 팽개치고 한문으로만 그런 일을 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있으면 말은 거기 맞추어 생겨나는 법인데, 그들은 우리말에 도무지 마음을 주지 않았다. 조선 왕조가 무너질 때까지 이천 년 동안 그런 분들은 줄곧 한문으로만 이치를 밝히고 올바름을 가리려 했기에 우리말은 그런 쪽에 움도 틔울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노릇은 이처럼 애달픈 일을 아직도 우리가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치를 밝히고 올바름을 가리려는 학자들이 여전히 우리말로 그런 일을 하려 들지..

(얼레빗 제4853호) 작지만 당찬, 합주를 이끄는 악기 피리

우리 국악기 가운데 관악기로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가 있습니다. 피리는 관악기 가운데 가장 작은 것으로 향피리의 길이가 보통 30cm 정도고 세피리는 더 작아서 지름이 1cm도 안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악기 편성에서 중심이 되었고, 작지만 다른 큰 악기들을 압도할 만큼 큰 소리가 나는 당찬 악기입니다. ▲ 피리 종류 / 세피리, 향피리, 당피리(위로부터) 피리 가운데 향피리는 향악 연주에서 주선율을 맡습니다. 특히 많이 연주되는 여민락, 영산회상(靈山會相), 수제천 따위에서 핵심 관악기로 연주되고 있지요. 향피리는 당피리(唐)와 함께 고려 때 중요한 관악기의 하나로 연주됐다고 《고려사》 권71 “악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피리의 그림이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세종실록》 권132 “오례의(..

조선 궁중음악의 종류와 특징 - 연례 등의 의식음악, 군례악

2. 연례 등의 의식음악 제례를 제외한 조회와 잔치 등 의식에서 연주된 음악에는 보허자과 낙양춘과 같은 당악, 정읍 계통의 수제천과 동동, 여민락 계통의 여민락만, 여민락령, 해령이 있다. 영산회상, 자진한잎 계통은 민간에서 활발히 연주된 곡으로서 궁중 연례에서도 향유되었다. 1) 당악: 낙양춘과 보허자 당악은 당나라 음악이라는 뜻이지만, 중국에서 전래된 아악이 아닌 속악을 말한다. 현재 연주되는 당악으로는 송나라에서 고려에 전해진 사악(詞樂)의 하나인 낙양춘과 보허자가 있다. 사(詞)는 송나라에서 유행하던 문학 장르이다. 선율이 먼저 있고 이에 맞추어 노랫말(사: 詞)을 창작하는데, 그 음악을 사악(詞樂)이라고 한다. 사는 미전사와 미후사로 구성된다. 미전사와 미후사의 머리 부분 선율은 서로 다르고 둘..

(얼레빗 4708호) 취타대의 화려한 악기 ‘운라(雲鑼)’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 앞이나 경복궁 정문 광화문 앞에 가면 수문장 교대식을 보게 됩니다. 그때 취타대의 연주도 함께 볼 수 있는데 취타대의 악기 가운데는 ‘운라(雲鑼)’라는 것도 있습니다. ‘구운라(九雲鑼)’ 또는 ‘운오(雲璈)’라고도 하며, 둥근 접시 모양의 작은 징[小鑼] 10개를 나무틀에 달아매고 작은 나무망치로 치는 악기입니다. ▲ 취타대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악기 ‘운라(雲鑼)’, 국악박물관 소장 행악(行樂, 행진할 때 연주하는 풍류) 때에는 자루를 왼손으로 잡고 치며, 고정된 자리에서 연주할 때는 대받침(방대)에 이를 꽂아놓고 치게 되어 있습니다. 징의 지름은 10개가 모두 같으나 그 두꺼움과 얇음으로 높낮이가 달라서, 얇으면 낮은음이 나고 두꺼워질수록 높은음이 나는 것은 편종ㆍ편경ㆍ방향의 ..

칼을 휘두르며 추는 검무

칼을 휘두르는 것이 예술이 됩니다. 바로 ‘검무’를 말하는데 ‘검기무(劒器舞)’ 또는 ‘칼춤’이라고도 하지요. 『동경잡기(東京雜記)』와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검무의 유래가 나옵니다. 신라 소년 황창(黃昌)이 백제에 들어가 칼춤을 추다가 백제의 왕을 죽이고 자기도 죽자, 신라인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 얼굴을 본떠 가면을 만들어 쓰고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성종 때 펴낸 『악학궤범』에 나와 있지 않은 점으로 보아 조선 초기에는 성행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 뒤 숙종 때 김만중(金萬重)이 쓴 라는 칠언고시에 따르면 기녀들이 가면 없이 추었습니다. 경술국치 이후 관기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민간사회로 나온 기녀들이 계속 검무를 추었지만, 일부 지방에서만 그 명맥이 이어졌습니다...

취타대를 화려하게 하는 운라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이나 경복궁 정문 광화문 앞에 가면 수문장 교대식을 보게 됩니다. 그때 취타대가 연주하는 악기 가운데 ‘운라(雲鑼)’가 있습니다. ‘구운라(九雲鑼)’ 또는 ‘운오(雲璈)’라고도 하며, 둥근 접시 모양의 작은 징(小鑼) 10개를 나무틀에 달아매고 작은 나무망치로 치는 악기입니다. 틀(架子) 아래에 자루가 달린 것과 방대(方臺)가 붙은 것이 있는데, 길을 행진하면서 연주하는 행악(行樂) 때에는 자루를 왼손으로 잡고 치며, 고정된 위치에서 연주할 때에는 대받침(방대)에 꽂아놓고 치게 되어 있지요. 징의 지름은 10개가 모두 같으나, 두께에 따라 얇으면 낮은 음이 나고 두꺼워질수록 높은 소리가 납니다. 운라는 3개씩 3열로 배열하되 하나는 가운데 열 맨 위에 놓입니다. 운라는 조선 후기부터 ..

9월 2일 -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애처로운 태평소를 소개합니다

풍물굿에서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애처로운 소리를 내는 국악기, 태평소(太平簫)를 아시나요? 태평소는 풍물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가락을 부는 악기입니다. 국악기 가운데 목부(木部, 박, 어, 축처럼 나무를 재료로 하여 만든 악기)에 속하는 관악기인데 새납, 쇄납(瑣吶), 호적(胡笛),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