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겨울달 14

[토박이말 살리기]1-100 메지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메지'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의 한 가지가 끝나는 단락'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메지가 나다. 메지를 내다 메지를 짓다. 영두는 한 가지 걸리던 일이 단박에 그렇게 메지가 나자 홀가분한 기분으로 좌우를 둘러보았고...(이문구, 산너머남촌)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일이 마무리되는 한 단락'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에 다 나오는 '단락'을 비슷한 뜻인 '마디'라고 해도 되겠다 싶어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메지: 일의 한 가지가 끝나거나 마무리되는 마디(단락). 이 말은 제 생각에 '하던 일을 끝내다'는 뜻이 있는 '맺다'의 '맺'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 '이'를 더한 '맺이'가 소리이음으로..

[토박이말 살리기]1-99 메떨어지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메떨어지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모양이나 말, 행동 따위가 세련되지 못하여 어울리지 않고 촌스럽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싱겁고 메떨어진 말본문 메떨어진 몸가짐 그 사람은 행색이나 언동이 촌스럽고 메떨어졌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말이나 행동, 모양 따위가)격에 어울리지 않고 촌스럽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메떨어지는 말만 하려면 아예 입을 다물고 있어라. 두 가지 풀이를 보면 이 말과 맞서는 말로 '세련되다'를 가져와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세련되다'가 말쑥하고 품위가 있다는 뜻이니까 '말쑥하지 않다'라고 해도 되지 싶었습니다. 또 '촌스럽다'가 '어울리지 않고 세련되지 않아 어수룩한..

[토박이말 찾기 놀이]1-19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터로 나갈 갖춤을 하면서 비롯한 하루는 잠이 들 때까지 쉼 없이 흘러 갑니다. 나름대로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굳혀 놓고 해 온 지 또 한 해가 다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자꾸 내 놓지만 말고 각단을 지어 갈무리를 하라는 목소리가 제 마음 속에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들이는 때새와 애쓰는 것에 견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못한 것도 참일입니다. 같은 쪽으로 지며리 가는 것도 좋지만 더 나은 수를 찾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수나기를 바라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여러 해를 보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좀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을 굳히면서 또 하나의 토박이말 찾기 놀이를 만들어 봅니다. 오늘은 토박이말 살리기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슬다 견디다 입히다 그릇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115쪽부터 11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115쪽 첫째 줄에 ‘쉬 녹이 슬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쉬’는 ‘쉬이’의 준말로 ‘어렵거나 힘들지 아니하게’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슬다’는 ‘쇠붙이에 녹이 생기다’는 뜻도 있고 ‘곰팡이나 곤충의 알 따위가 생기다’는 뜻도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넷째 줄에 ‘오래 견디는 것은’이 나오는데 여기서 ‘견디는’은 요즘 다른 책에서나 많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유지되는’을 쉽게 풀어 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줄에 있는 ‘막으려면’도 ‘방지하려면’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말입니다. 여덟째 줄에 ‘입히면’이라는 말이 참 반가웠습니다. 요즘 다..

[토박이말 살리기]1-98 먹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먹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음식을 먹는 정도나 태도'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고교생들은 중학생들 같지 않아 먹매가 컸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음식을 먹는 태도나 분량'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어 놓았습니다. 형은 고등학생이 되자 중학생 때와 다르게 먹매가 커졌다. 두 풀이를 보고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먹매: 먹거리를 먹는 만큼이나 모양새(양이나 태도) 먹매는 사람마다 다르고 나이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아무래도 자랄 때는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많이 먹고 가리지 않고 먹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진 다음에는 갈수록 적게 먹게 되기 쉽고 가려 먹게 되는 것이 늘어나곤 합니다. 그렇게 먹매가 커졌다 줄었다..

[토박이말 살리기]1-97 머드러기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머드러기'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이 있는 것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수북한 사과 더미 속에서 머드러기만 골라 샀다. 둘째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기철이란.... 모두 잘난 체하는 기씨네 중에도 그중 잘난 체하는 머드러기 인물이다.(박종화, 다정불심) 고려대한국어 대사전에는 '많이 있는 과실이나 생선 가운데 아주 굵거나 큰 것'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아주머니, 그렇게 머드러기만 골라..

[토박이말 살리기]1-96 맵자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맵자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모양이 제격에 어울려서 맞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옷차림이 맵자하다. 구름 같은 머리 쪽엔 백옥 죽절이 맵자하게 가로 꽂혔다.(박종화, 다정불심) 고려대한국어대서전에는 '(차림새나 모양새가) 꼭 맞게 어울려 맵시가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네가 그 옷을 입으니 맵자하게 잘 맞는구나. 두 곳의 풀이를 보니 '맵자하다'의 '맵'과 풀이에 나온 '맵시'의 뜻인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가 이어져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풀이가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이 바뀌면 그에 따라 옷도 바꿔 입게 됩니다. 요즘에는 날씨가 추워져서 다들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지요. 두터워..

[토박이말 살리기]-살얼음 살얼음길

지난 이렛날(7일)이 눈이 많이 내린다는 한눈(대설)이었습니다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눈은커녕 한낮에는 봄 날씨라고 해도 될 만큼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높은 고장에는 올해에도 몇 차례 눈이 내렸다고 하지요.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듣는 기별이 있습니다. 지난 이레에도 다른 고장에서 이것 때문에 수레가 부서지고 사람도 다쳤다는 기별을 봤습니다. 그 기별 속에 나온 말은 다름 아닌 ‘블랙 아이스’였습니다.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고 듣기 때문에 수레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낯익은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말은 ‘검다’는 뜻의 영어 ‘black’에 ‘얼음’이라는 뜻의 ‘ice’를 더한 말..

[토박이말 살리기]1-95 매시근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매시근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몸살이 나서 온몸이 매시근했다. 의사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내며 이것저것 여러 가지 쇠 꼬치를 그의 입에 넣었다 꺼냈다 하였다. 철호는 매시근하게 잠이 왔다.(이범선, 오발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몸에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니 밑에 것이 좀 더 뜻을 알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운'이라는 말이 '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매시근하다: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이렇게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낮밥을 먹고 바로 앉아서 ..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8-홀소리

1학년 학기 국어 배움책(교과서) 셋째 마당 ‘다 함께 아야어여’에서는 “모음자를 알아봅시다.”라는 말을 앞세우고 모음자 모양 알기-모음자의 이름 알기-모음자 찾기-모음자 읽기-모음자 쓰기-모음자 놀이하기의 차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습니다. 앞서 ‘자음자’ 이야기를 할 때도 말씀을 드린 것처럼 교과서에 ‘모음자’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아이도 ‘모음자’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왜 ‘ㅏ,ㅑ,ㅓ,ㅕ...’같은 것을 왜 모음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물어도 ‘어미 모’, ‘소리 음’이라는 한자 풀이를 넘어 더 쉽게 풀이해 줄 수 있는 선생님들도 많지 않은 게 참일입니다. 제가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겪어 본 바에 따르면 ‘모음’보다 ‘홀소리’라는 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