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여름달 19

[토박이말 살리기]1-53 덩거칠다

요즘 뜨거운 햇볕을 쬐고 비까지 자주 내려서 푸나무들이 아주 잘 자라고 있지 싶습니다. 나무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풀은 잘랐던 것이 다시 쑥 자라 있는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 가까이 있는 푸나무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 괜찮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숲이나 뫼에는 풀이 사람 키보다 높게 자라고 칡덩굴이 나무까지 뒤덮은 것을 보곤 합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그렇게 뒤엉킨 풀이나 나무를 가리킬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바로 '덩거칠다'인데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풀이나 나무의 덩굴이 뒤엉켜 거칠다'라는 뜻이 있다고 하면서 "돌보는 사람 없이 버려진 마당에는 잡초만 덩거칠게 자라 있다."를 보기월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김새나 행동 따위가 매우 거칠다'는 뜻으로도 쓴다..

[노래에서 길을 찾다]11-바람꽃

좀 이르다 싶은 더위가 저처럼 땀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아무리 덥다고 해도 그늘에서 바람만 있으면 한결 나은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찬바람 없이는 견디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더위와 바람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제 저에게 들린 노래가 바로 '바람꽃'이라는 노래입니다. 정영 님의 노랫말에 김형준 님이 가락을 붙였으며 아이유 님이 부른 노래인데 '선덕여왕'이라는 극의 벼름소노래(주제곡)였다고 합니다. 노랫말을 살펴보니 토박이말이 아닌 말이 하나도 없어서 더 반갑고 기뻤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토박이말 바람꽃(큰 바람이 일어나려 할 때 먼 산에서 먼지 따위가 날려 구름처럼 뽀얗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고 꽃을 가리키는 이름 가운데 하나인 '바람꽃'인 것 같았습니다. ..

[토박이말 살리기]온봄달(3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아이들 입에서 찬바람을 틀어 달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여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곁에 온 여름이 온 누리를 가득 채울 6월은 온여름달입니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바로 여름이 온 누리를 채우는 ‘온여름’이라 할 만합니다.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듬뿍 받은 푸나무들은 그 빛깔을 푸르름을 넘어 갈맷빛으로 바꾸게 될 것입니다. 해마다 온여름달 끝자락이면 옛날에 ‘오란비’라고도 했던 장마가 어김없이 찾아오곤 하는데 올해는 아직 기별이 없습니다. 나무를 때서 밥을 해 먹어야 했던 옛날에는 비가 여러 날 이어지면 밥을 할 때 쓸 마른 나무가 없어 애를 먹곤 했답니다. 어려움은 나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여러 날 오면 빨래를 해도 잘 마르지 않아 참..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1-오늘 누군가가...

어제는 짜장 날씨가 덥더라. 일이 있어서 좀 일찍 배곳에서 나왔는데 찬바람을 틀어도 얼른 시원해지지 않아서 땀을 좀 흘렸지. 너희들은 밖에 나가지 않아서 더위를 제대로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 더위 때문에 땀과 좀 가깝게 지냈지만 오랫만에 새로나꽃배곳 사람들과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동아리 모람들을 만나 참 반갑고 기뻤단다. 늘 같은 뜻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기쁘단다.^^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까닭은 오래 앞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야. 이 말씀은 미국에서 이름난 부자이면서 투자를 아주 잘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워런 버핏 님이 하신 말씀이야. 이 말은 옛날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지 않았다면 그늘도 없을 것이고 그 그늘에서 쉴 수도 없다..

[토박이말 살리기]1-52 덧두리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덧두리'입니다. 이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정해 놓은 액수 외에 얼마만큼 더 보탬. 또는 그렇게 하는 값'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1. 정해 놓은 액수 외에 얼마만큼 더 보태는 돈'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둘이 풀이해 놓은 것이 거의 비슷한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웃돈'과 가까운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덧두리: 굳히거나 매겨 놓은 값보다 얼마만큼 더 보태는 돈. 또는 그렇게 하는 값 보기월을 보아도 표준국어대사전의 "요사이 물건이 달려서 덧두리를 주고도 구하기가 힘들다."나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의 "물건이 동이 나서 덧두리를 주고도 구입하기 어렵다."가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

[토박이말 살리기]1-51 덧게비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덧게비'입니다. 이 말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이미 있는 것 위에 필요 없이 다른 것을 겹쳐 대거나 보태는 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수는 기름과 땀과 때가 덧게비를 이룬 작업복을 벗어던지고 계곡물 속에 몸을 던졌다."를 보기월로 들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미 있는 것에 덧대거나 덧보탬. 또는 그런 일이나 물건'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보기월은 없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놓고 볼 때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있는 '필요 없이'라는 풀이를 더하면 뜻이 더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표준국어대사전처럼 '일이나 물건'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덧게비: 이미 있는 것 위에 꼭 있어야 되는 것도..

[토박이말 살리기]1-49 덤거리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덤거리'입니다. 이 말을 처음 보는 사람도 우리가 무엇을 살 때 얹어서 주는 것을 가리키는 '덤'과 아랑곳한 말이지 않을까 어림을 할 수 있지 싶습니다. 어림한 것과 같이 이 말은 본디 '덤으로 얻은 젓갈'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못난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으로도 쓴답니다. 이런 뜻이 덧나게 된 까닭과 아랑곳한 다음과 같은 풀이가 있습니다. 옛날에 산골로 돌아다니며 새우젓을 파는 새우젓 장수의 등짐은 반드시 두 개의 젓통으로 되어 있었다. 대개 양철통인데, 그 하나는 다른 하나에 비겨 녹슬고 낡아 있게 마련이다. 그 녹슨 통을 덤통이라 한다. 덤통에 비하여 겉보기에도 나은 통을 알통이라고 불렀다. 알통에 담은 젓갈은 새우가 형태를 지닌 상품이고, 덤통에 담..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0-우리가 하는 일은...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느낌과 함께 어느새 또 달이름이 바뀌었구나. 들여름달에서 온여름달이 된 첫날인 어제 한낮에는 찬바람을 절로 찾게 되더라. 더위와 함께 땀이 자주 많이 흐르는 사람들은 그 만큼 더 힘이 들기 마련이니 나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단다. 올해도 땀과 사이좋게 잘 지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지.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우리가 하는 일은 바다에 떨어뜨리는 한 방울의 물보다 하찮은 것이다. 하지만 그 한 방울이 없다면 바다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야. 이 말씀은 사랑의 고수련(간호)으로 온 누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마더 테레사 님께서 남기신 말씀이야. '테레사 수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너희들도 그렇게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이 말을 얼른 보면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보름 겨 쓿다 모자라다 치다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51쪽부터 5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1쪽 첫째 줄에 ‘보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이라면 ‘2 주 정도’라는 말을 썼지 싶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보름’은 ‘열닷새 동안’을 가리키는 토박이말로 2주인 14일과 거의 비슷한 날입니다. 이레, 보름, 한 달과 같이 예부터 우리가 날을 셀 때 써 온 토박이말을 배움책에서 쓴다면 아이들도 잘 알고 쓸 거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살펴보아라.’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도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관찰해 보아라.’라고 하지 않고 쉬운 말로 풀이를 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발생하다’, ‘관찰하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