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표현 27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

신문 경제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어 가운데, “아파트값이 몇 퍼센트 올랐다.” 또는 “금리가 몇 퍼센트 포인트 올랐다.”와 같은 표현들이 있다. 이때의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는 전혀 다른 의미인데, 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몇 퍼센트 올랐다는 것은, 기존의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올라간 수치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반면에, 몇 퍼센트 포인트 올랐다는 것은, 기존에 제시된 퍼센트가 숫자상으로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40 퍼센트만큼 올라 있는 어떤 물건의 가격이 다시 올라 60 퍼센트만큼 오른 셈이 되었다면, 이 물건의 가격은 퍼센트로는 50 퍼센트 오른 것이고, 퍼센트 포인트로는 20 퍼센트 포인트 오른 것이다. 또 50 퍼센트만큼 진척되어 있는 아파트..

두루뭉술하거나 빠삭하거나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를 흔히 ‘두리뭉실하다’ 또는 ‘두리뭉술하다’고 말할 때가 있는데,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 말들은 ‘두루뭉수리’에서 비롯하였다. ‘두루’라는 말은 “빠짐없이 골고루”라는 뜻이고, ‘뭉수리’는 “모가 나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두루뭉수리’라고 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또렷하지 않은 모양”을 가리킨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수리로 넘기면 안 된다.”처럼 쓰는 말이다. 이 ‘두루뭉수리’를 줄여서 ‘두루뭉술’이라고 하기 때문에, ‘두리뭉실하다’나 ‘두리뭉술하다’가 아니라, ‘두루뭉술하다’고 해야 한다. 이 ‘두루뭉수리’와 비슷한 경우로, 말이나 행동을 적당히 살짝 넘기는 것을 “어물쩡 넘어간다.”고 하는데, 이때에도 ‘어물쩡’은 올바른 말이 아니다. ..

감격해하다

법은 냉정하지만, 가끔 힘없는 약자를 대변하고 그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주는 판결문이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판결문에 적힌 감성적이고 따뜻한 표현들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곤 하는데, 이를 보도하는 신문기사에서는 으레 “많은 사람들이 감격해하였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감격해하다’와 같은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우리말 ‘-어하다’는 형용사를 동사로 만들어 주는 구실을 한다. 가령 ‘예쁘다’, ‘귀엽다’, ‘행복하다’ 같은 말들은 모두 형용사인데, 여기에 ‘-어하다’를 붙이면 ‘예뻐하다’, ‘귀여워하다’, ‘행복해하다’와 같이 모두 동사가 된다. 그런데 앞에서 예를 든 ‘감격해하였다’의 경우, ‘감격하다’는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이기 때문에, 동사를 만들어 주는 ‘-어하다’를 붙여 쓰지..

‘빠르다’와 ‘이르다’

우리가 잘 아는 말이면서도 때로 그 뜻을 잘못 이해하고 엉뚱하게 쓰고 있는 말들이 가끔 있다. ‘빠르다’라는 말도 그러한 말들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북한산 단풍이 예년보다 빨리 물들었다.”라는 말은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학에 가장 빨리 원서를 냈다.”는 말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말들은 모두 ‘빠르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들을 바루면 “북한산 단풍이 예년보다 일찍 물들었다.”, “그 대학에 가장 일찍 원서를 냈다.”가 된다. ‘빠르다’를 잘못 사용하는 사례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아이에게 너무 빨리 영어교육을 시키는 게 아닐까?” 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우리 아이에게 너무 일찍(또는 ‘너무 이..

어색한 표준말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는 어법에 맞지는 않지만 표준말로 고쳐 말하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말들이 더러 있다. “햇볕에 검게 그을은 피부”라고 하는데, 이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검게 그을은’이 아니라 ‘검게 그은’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그을다’에 ‘-은’이 붙으면 ‘그을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경우에는 ‘ㄹ’ 소리가 탈락된다. 그래서 ‘낯설은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이고, ‘길다’에 ‘-은’을 붙이면 ‘길은’이 아니라 ‘긴’이 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검게 그은 피부’는 왠지 어색하게 들린다. “나는 그녀가 물러나길 바래.”라는 말도 사실은 어법에 어긋난다. 바로잡으면 “나는 그녀가 물러나길 바라.” 하고 말해야 어법에 맞다. ‘바라다’는 말을 ‘바..

조용하세요!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조용하세요!”란 말을 들을 수 있다. 교실에서, 또 친구들 모임에서도 “조용해!” 하고 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해!’, ‘○○하세요!’ 하고 명령형으로 쓸 수 있는 말은 동사일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본디는 ‘공부, 식사, 일’ 들처럼 명사인데, ‘-하다’를 붙이면 ‘공부하다’, ‘식사하다’, ‘일하다’와 같이 동사로 쓰이게 되는 낱말들도 명령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조용’이란 말은 명사이고, 여기에 ‘-하다’를 붙여서 ‘조용하다’고 하면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로 쓰이게 된다. 우리말 어법에서 형용사나 또는 ‘-하다’가 붙어서 형용사처럼 쓰이는 낱말들은 명령형으로 나타낼 수 없다. 이는 ‘아름답다’, ..

천상 여자라고요?

뉴스에서 가끔 “아무개 선수가 보란듯이 2관왕에 올랐습니다.”란 보도를 들을 수 있다. 뭔가 내세울 만하거나 자랑한다는 뜻에서 ‘보란듯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표준말이 아니다. 이 문장은 “아무개 선수가 여봐란듯이 2관왕에 올랐습니다.”로 고쳐 써야 한다. 예전에는 ‘보아란듯이’와 이 말을 줄인 ‘보란듯이’를 모두 쓰기도 했지만, 지금 표준말에는 “우쭐대고 자랑하듯이”라는 뜻으로 ‘여봐란듯이’라는 말만 인정하고 있다. 사극에서 ‘여봐라’란 말을 자주 듣는데, 바로 이 말에서 ‘여봐란듯이’가 나왔다.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보도자(리포터)가 “싱싱한 횟감이 지천에 널려 있다.”란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지천’(至賤)은 “아주 흔한 것”을 가리킬 때 쓰는 한자말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