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남용 17

‘아웃바운드’ 대신 ‘국외여행’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최근 여행과 관광에 몰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여행 관련 기사를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SIT’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SIT’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알 수 없어서 그 뜻을 찾아보았더니 ‘Special Interest Tourism'을 줄여 부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즉 관심 분야에 적합한 여행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고유한 체험 활동을 하는 특수한 목적을 지닌 관광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특수 목적 관광’이다. ‘SIT’라는 용어를 앞세우고 그 뒤에 ‘특수 목적 관광’이라는 표현을 덧붙인 기사문도 보인다. 그러나 애초에 ‘SIT’ 대신 ‘특수 목적 관광’이라고 쓸 수는 없는 것일까?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에서는 공문서 쉽게 쓰기 ..

혐오와 차별의 언어, 우리의 언어 감수성 이대로 괜찮은가?

현재, 언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방송 등 각종 매체에서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도 비일비재하다. 소통의 역할이 파괴되면서 세대 간 격차는 더 벌어졌고, 혐오와 차별의 표현은 많아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 기관과 언론도 우리말 파괴의 온상이 됐다. ‘당신은 차별이 보이시나요?’ 김지혜 저자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대개 차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 감수성’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언어에도 차별 감수성이 있다. 이를 ‘언어 감수성’이라고 한다. 언어 감수성은 언어 표현에 대한 민감도일 뿐 아니라 오랜 시간 인간관계를 구성하고 작동시켜 온 인식체계에 반응하고 질문할 수 있는 감각이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언..

‘브레드’와 호칭 문화

한국방송에서 평일 저녁에 방송하는 연속극 ‘국가대표 와이프’에서는 아주 낯선 호칭이 등장한다. 방수건설 사옥의 주차관리인 영감 방배수가 건물 청소를 하는 나여사(나선덕)와 황혼 연애를 하게 되면서 자기 이름을 ‘브레드’라고 알려주는 바람에 나여사는 그를 브레드라고 부른다. 본명을 말하면 자기가 방수건설 회장 방배수임이 들통날까 봐 그리한 것이었다. 브레드는 방배수의 ‘방’을 된소리 ‘빵’으로 바꾼 뒤 영어 단어인 ‘bread’로 돌린 말.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떠올라서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은 사람도 있었으리라. 문제는 한국 사람이 이렇듯 외국 사람처럼 별명을 짓고 그렇게 부르는 문화가 어떠냐는 것. 그런데 이는 이미 일부 기업에서 새로운 호칭 문화로 강제되고 있다. 알려진 기업 가운데 이를 가장 먼..

우리말과 거리 두는 무인 단말기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는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비대면의 시대를 열었다. 서로가 혹시나 보균자이진 않을까 조심하며 접촉을 최소화하는 일상이 계속되며 많은 기업과 관공서에서는 ‘무인화’ 열풍이 불었다. 코로나19 이후 1년이 지나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인 2021년 3월, 많은 언론에서 앞다투어 누리소통망에 올라온 사연을 소개했던 적이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을 간략히 옮긴 것이다.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가게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왔다고, 화난다고 전화했다. 말하시다가 엄마가 울었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 이 글은 1만 4천회 넘게 공유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고, 이런 현상에 대해 ‘디지털 소외’ 또는 ‘디..

‘홈페이지’에서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어 순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언어자유주의자 지식인들의 생각과 달리 말은 바뀌고 있다. ‘네티즌’이 ‘누리꾼’으로 바뀌는 추세는 매우 확고해졌고, 최근에는 ‘홈페이지, 웹사이트’가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리집’이라고 말하면서 그 주소를 알려주려면 나도 약간 손끝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방송이든 코로나 예방접종 예약을 하거나 정보를 확인하려면 ‘코로나19 예방접종 누리집’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신청할 때도 “안내 문자를 받은 소상공인은 전용 누리집인 ‘소상공인방역지원금’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방송마다 말한다. 내 기억으로 네티즌이 누리꾼으로 바뀌는 데에는 아나운서 한 분의 선도적인 실천이 큰..

574돌 한글날, 우리말 사랑꾼, 해침꾼 뽑아

574돌 한글날, 우리말 사랑꾼, 해침꾼 뽑아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에서는 2020년 우리말 사랑꾼으로 농촌진흥청 대변인 성제훈과 서울대 재활의학과 교수 정선근을, 해침꾼에 문화방송 예능 를 뽑았다. 1) 우리말 사랑꾼 ○ 농촌진흥청 대변인 성제훈 성제훈 님은 농촌진흥청 공무원으로서 공공기관의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에 앞장서 왔다. 그는 2003년부터 직장 동료에게 우리말을 쓰자는 취지로 우리말 상식을 담은 ‘우리말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여 현재는 수만 명에게 ‘우리말 편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여러 공공기관에서 ‘우리말 바로 쓰기’ 강의를 하고, 소속 부서에서 쓰는 경조사 봉투의 한자를 한글로 바꾸어 새기는 활동을 해왔다. 공공기관에 알기 쉬운 우리말 쓰기 문화를 퍼트린 활동을 높이 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