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의 언어 2

맛의 말, 말의 맛 - 흥분의 도가니탕?

음식점에 가 보면 그 음식점에서 팔고 있는 음식이나 재료의 효능에 대해 길고도 자세하게 써 놓은 설명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문구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임금에게 바친 진상품이거나 임금과 관련된 일화들이 꼭 들어 있다. 몸에 좋다는 성분은 다 들어 있고, 먹기만 하면 원기가 왕성해질 것 같다. 그 증거는 우리의 옛 의서나 저명한 서양 학자의 연구에서 끌어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저기서 따온 것들을 조합하다 보니 대부분의 문장이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이 되지 않는 비문이고, 맞춤법이 틀린 것도 부지기수다. 우리가 먹는 다양한 음식 중 ‘탕(湯)’의 대표 주자라 할 만한 설렁탕도 마찬가지다. 설렁탕 전문점의 벽면에 음식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빠지는 법이 없고, 그 내용은 당연히 임금과 ..

궁금한우리말 - 맛의 말, 말의 맛, ‘비빈밥’과 ‘덧밥’

‘문법 나치(Grammar Nazi)’를 우리말로 뭐라 바꿔야 할지 모르겠으나 누구나 이런 사람이 되어 본, 혹은 이런 사람한테 당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굳이 문법이 아니더라도 맞춤법이 틀린 표기를 보면 빨간색으로 고쳐 주고 싶다. 반대로 사소한 맞춤법을 틀려 지적을 받으면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말과 글에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식당에 가서도 본의 아니게 문법 나치 혹은 맞춤법 나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찌게’를 보면 ‘찌개’로 고쳐 주고 싶고, ‘곰탕’을 영문으로 쓴답시고 ‘Bear Soup’이라고 써 놓은 것을 보면 주인장을 불러내 따지고 싶다. 그런데 어느 허름한 식당의 비빔밥과 덮밥 표기를 보았을 때 정말로 주인장을 흘깃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존경의 눈으로……. 1997년 옌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