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샘 18

외래어의 개념,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2024 한글문화 토론회>

2024년 9월 20일 서울시청의 시민청에서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한 한글문화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외래어 개념의 혼란과 극복 방안으로 크게 세 가지의 세부 주제로 나뉘었다. 첫 번째 주제는 ‘외래어 개념의 혼란이 공공언어 개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발표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진행했다. 부산 강서구청 신도시의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짓겠다는 논란이 있어 국어 단체들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의 화두를 ‘외래어’로 보도해서 문제를 느꼈다고 한다. 이에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로 정정해야 함과 개념을 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한 토론문은 황용주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장이 진행했다. 크게 외래어와 외국어의 개념 정립, 표준국어대사..

각양각색의 ‘매치 메이킹’, ‘상대 결정’으로 한 번에

‘매치 메이킹(match making)’은 한 가지 말로 다듬기가 쉽지 않은 용어다. 어떤 분야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할 우리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전상의 뜻부터 보자. 에는 ‘대결 상대를 정하는 일’이라는 풀이가 올라있다. 영어사전에서는 ‘중매, 경기를 성사시키기’ 혹은 ‘(경기의) 대진표짜기’라고 설명한다(YBM사전, 동아프라임 사전). 한편 국립국어원의 새말 모임 회의 자료에는 ‘대화나 사업 등에서 상대방을 정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까 ‘매치 메이킹’이란 말은 운동이나 게임 경기, 중매에도, 사업상 용어로도 두루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온라인 미팅 상품을 소개한 2000년 기사에서다. “000는 개인정보와 이상형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매칭률, ..

‘반려견’, ‘배꼽인사’, ’순한글’, ‘아웃렛’, ‘얼음땡’ 등 500개 어휘 <표준국어대사전>에 새로 올랐다

국립국어원(원장 장소원)은 ‘반려견, 배꼽인사, 순한글, 아웃렛, 얼음땡’ 등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표제어 500개를 2023년 10월 24일 자로 (https://stdict.korean.go.kr)에 추가하였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부터 표제어 추가를 위한 연구 사업을 수행하여 에 새로 등재할 어휘 3,000여 개를 선정하였다. 이들 어휘는 이용자 참여형 사전인 (https://opendict.korean.go.kr)에 실린 어휘 중에서 학교 교육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를 선별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집필을 완료한 500개 표제어를 1차로 공개하며, 앞으로 매 분기 새로운 표제어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장소원 원장은 ‘최근 국어 능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한국어..

‘리커머스’가 아니라 ‘재거래’!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중고 거래가 요즘 활발하다. 예전에도 책이나 음반처럼 형태와 내용물이 일정한 ‘정보 상품’의 중고품 거래가 제법 있었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거래하는 품목에는 의류, 생활용품, 전자기기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쓰레기를 줄이고 제품 수명을 연장해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정말 반가운 일이다. 다만 염려되는 점은 이 분야까지 불필요한 외국어가 스멀스멀 끼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 살펴볼 ‘리커머스(recommerce)’라는 단어가 그 예다. ‘리커머스’의 사전상 의미는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재거래하는 제품 판매 전략. 새로운 상품을 살 때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보상 판매와 일정 기간 후 새로운 상품으로 바꿔 주는 교환 판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

'아트 테크' 말고 '예술품 투자'하자!

오늘의 신조어 ‘아트 테크(art tech)’의 뜻을 살펴보려면 먼저 ‘재테크’라는 단어부터 설명해야 하겠다. ‘아트 테크’의 풀이말에 ‘재테크’라는 표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트 테크’는 예술 작품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 주로 작품을 구입한 후 되팔아 이익을 남기거나 저작권으로 수익을 올린다(출처: 우리말샘).” 즉, ‘아트 테크’의 어원이나 구성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 말이 곧 ‘재테크’인 것이다. ‘재테크’란 용어는 1986년 처음으로 우리 언론에 등장했다. 가 일본 기업의 자산 늘리기 전략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재(財)테크란 일본 특유의 조어...(중략) 재무전략에 대한 테크놀로지를 줄인 말인데 쉽게 풀이하면 재산을 늘리는 테크닉”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렇..

영문자 ‘R/r’의 한글 표기로 ‘아르’와 ‘알’ 복수 인정

국립국어원(원장 장소원)은 그동안 ‘아르’로 적도록 했던 영문자 ‘R/r’의 한글 표기로 ‘알’도 인정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12월 20일에 열린 국어심의회 심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국어심의회는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국어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법정위원회이다. 지금까지는 ‘브이아르’(VR), ‘에이아르에스’(ARS)와 같이 ‘아르’로 적고 읽는 것만 인정해 왔으나,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브이알’, ‘에이알에스’처럼 ‘알’로 적고 읽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표기 규범이 언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언어현실을 반영하고 국민 언어생활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표기 방식을 모두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원어 기 존 변..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커리어 하이를 대신할 우리말은?

이번에 새말모임에서 다듬은 ‘커리어 하이’(career high)는 의외의 복병이었다. 용례를 보면 무슨 뜻인지 금세 이해하겠고, 대체할 우리말도 금세 찾을 수 있을 듯싶었다. “○○○은 체코 후스토페체 실내 대회에서 2m 36㎝를 넘어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오마이뉴스 2022년 10월), “홈런 줄었지만 타율·안타는 ‘커리어 하이’ 찍는 ○○○”(스포츠동아 2022년 9월) 등의 기사에서 보듯이 ‘최고 기록’을 뜻하는 말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뜻으로 영어권에서도 ‘커리어 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국내 언론에서는 2003년 외국의 야구 선수 기록을 소개하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는 표현을 쓴 이래 주로 운동 경기 관련 기사에서 2만 6000번 넘게 사용했다. 그렇다면..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승부와 승패, 같은 듯 다른 쓰임새

눈과 얼음의 스포츠 축제인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올림픽은 참가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전 세계인들 앞에서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들이 펼치는 뜨거운 승부와 엇갈린 승패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승자의 숨길 수 없는 환호가 있는가 하면 패자의 쓰디쓴 눈물과 낙담이 있다. 이기고 지는 것이 분명한 스포츠 세계에서 올림픽만큼 참가 선수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승부와 승패, 이 두 단어는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닮았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승부’와 ‘승패’를 일상에서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단어는 완전히 같은 말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승부’는 ‘이김과 짐’으로, ‘승패’는 ‘승리와 패배를 아울러 이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