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석보 8

(얼레빗 제5021호) 제일 가는 명필, 궁중 서사상궁 이씨

한글 붓글씨체로 반포체와 궁체가 있습니다. ‘반포체(頒布體)’는 훈민정음 반포와 더불어 《동국정운(東國正韻, 1448)》이나 《월인석보(月印釋譜, 1459)》 같은 책에 처음으로 쓰인 글씨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이 글씨 꼴은 우리의 삶에서는 크게 쓰이지 않지만, 무덤 비문 같은 곳에 쓰이지요. 또한 ‘궁체(宮體)’는 반포체가 가진 단점인 ‘딱딱한 모양’ 대신 부드러운 모양으로 반흘림, 흘림, 정자의 3종류가 있습니다. 궁체라는 이름은 말처럼 궁중에서 쓰이고 발전한 서체입니다. 오늘(11월 3일) KBS 진품명품 프로그램에는 신정왕후의 답장을 지밀내인이며, 서사상궁인 이씨가 수준 높은 궁체로 대신 쓴 가 출품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립한글박물관에는 효정왕후가 윤용구의 부인에게 보낸 편지가 있습니다. 이 ..

(얼레빗 제4954호)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ㆍ팔상도> 국보 지정

문화재청은 지난 5월 27일 를 국보로 지정했습니다. 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가 이십여 년 만에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는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한꺼번에 그린 불화로, 영산회상도 1폭과 팔상도 8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8개의 주제로 표현한 불화로, 팔상은 불교문화권에서 공통으로 공유되는 개념이지만 이를 구성하는 각 주제와 도상, 표현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요. ▲ 국보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초기에는 《월인석보(月印釋譜)》의 불교경전 내용이나 교리를 알기 쉽게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변상도를 빌린 팔상도를 그리다가 후기에 접어들면서 《석씨원류응화사적》에서 제시된 도상으로 새로운 형식의 팔상도가 유행하..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 국보 지정 예고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조선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하고,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승려장인 정우의 작품인 「남원 대복사 동종」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 국보 지정 예고 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가 이십여 년 만에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는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일괄로 제작한 불화로, 영산회상도 1폭과 팔상도 8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8개의 주제로 표현한 불화로, 팔상의 개념은 불교문화권에서 공유되었지만, 이를 구성하는 각 주제와 도상, 표현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 ..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50년 만 프랑스서 공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심체요절,직지)이 프랑스에서 50년 만에 대중에 공개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 협력해 직지와 한국불교의 인쇄 문화유산을 다루는 컨퍼런스를 오는 13일 문화원 오디토리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는 오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열리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통해 공개한다. 특히, 직지는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시에서 소개한 이후 50년 만에 대중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문화원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직지를 비롯해 한국불교의 인쇄 문화유산의 가치와 위상을 알리는 직지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8, 훈민정음 창제 그 이후의 훈민정음 역사

1446년 9월 10일 훈민정음을 반포하자마자 세종대왕은 이를 공식적으로 사용합니다. 10월 10일에는 신하들의 죄목을 직접 언문으로 써서 의금부와 승정원에 보냈으며 다른 궁내 공문을 언문으로 작성하여 훈민정음의 사용을 널리 알렸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과거시험에 언문을 포함하도록 하여 훈민정음을 모르면 출세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던 것입니다. 여기서 언문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언문은 훈민정음을 비하하여 쓰던 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쓰던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종은 첫째 아들 문종과 둘째 수양대군, 그리고 정의공주를 훈민정음 창제 과제에 깊이 참여시켜 훈민정음이 자연스럽게 후대로 넘어가도록 포석을 깔아 두었습니다. 창제 후인 1..

우리말 탐구 - 귀하지 않아 귀찮아졌을까?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귀차니스트’라고 칭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귀차니스트는 ‘귀찮다’의 어간인 ‘귀찮-’에 ‘…을 행하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영어 접미사 ‘-ist’가 더해진 말로, 만사를 귀찮게 여기는 현상이 습관화된 사람을 일컫는 신어이다. 과거에는 이겨 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던 ‘귀찮음’을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특성으로 여기고 있다. ‘귀찮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는 몇 년 전 카드 회사 광고에 등장했던 문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문구는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것으로,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며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귀찮음과 관련된 이 문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분초를 다투어 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대신해 ‘귀찮다. 하기 싫다.’라고 당당하..

도서관 속 옛글을 찾아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이 가득한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 1관 4층. 이곳의 한쪽 구석에는 ‘고서실’이라고 쓰인 작은 문이 있다. 중요한 자료들이 보관된 고서실에 일반 학부생이 출입하는 것은 원칙상 금지되어 있어 정확히 어떤 자료들이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없지만, 고서실 문 옆을 장식한 커다란 유리 간판은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아주 중요한 기록 하나를 보여 준다. 바로 1459년 간행된 한글 고서이자 보물 745-1호인 『월인석보』 권1~2다.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 내 『월인석보』 권 1~2 안내 간판. 『월인석보』는 세조 5년(1459)에 편찬한 불교대장경으로,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의 제목을 따 『월인석보』라 일컫는다. ‘석보’는 석가모니불의 연보, 즉 그..

세종의 뜻을 받들어 훈민정음을 널리 알린 세조

세종대왕이 아낀 아들, 수양대군 세종(조선 제4대 임금)에게는 소헌왕후를 포함해 총 6명의 부인이 있었다. 왕후와 후궁을 통해 낳은 자녀는 모두 18남 4녀였는데, 그중 능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알려진 자녀는 소헌왕후가 낳은 맏아들 문종(조선 제5대 임금)과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었다. 둘째 아들 수양대군은 훗날의 세조로, 조선 제7대 임금이 된다. 그는 대군 시절부터 왕위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못했는데, 스스로 ‘왕이 될 만하다’고 느낄 만큼 재능이 특출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유교 경전과 역사서는 물론, 역법, 병서에도 두루 통달했고, 풍수 또한 전문가 수준으로 실로 당대의 어떤 문사에게도 뒤지지 않을 학문적 소양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었다. 또 문인 자질보다 무인 자질이 더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