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3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가치와 값어치, 같은 듯 다른 쓰임새

훈민정음이 세상에 반포된 지 어느덧 57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훈민정음은 현존하는 지구상의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창제 연월일과 창제한 인물이 밝혀진 문자이다. 창제일과 창제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덕분이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현존하는 유일한 문자 해설서로서 중요한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가치’의 일반적 의미는 ‘쓸모’ 또는 ‘유용성’이다. 어떤 사물이 쓸모를 잃는 순간 가치도 소멸되고 어떤 대상의 유용성이 부정되는 순간 가치도 상실된다. 곧 가치의 기본 의미는 ‘사물이 어떤 목적에 쓰일 데가 있는 성질이나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상에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 있다. 어떤 용도로 쓰이지 않을지라도, 혹은 어떤 목적..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쓴 백운화상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쓴 백운화상 흰구름 사려고 맑은 바람 팔았더니 白雲買了賣淸風 집안이 전부 비어 뼛속까지 가난하다 散盡家私徹骨窮 겨우 한 칸짜리 초옥이 남아 있는데 留得一間茅草屋 길 떠나면서 병정동자에게 주노라 臨行付與丙丁童 『백운화상어록』에 남아 있는 말입니다. 백운화상(白雲和尙, 1298∼1374년)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지은 승려입니다. 『직지』는 독일의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것으로,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지정되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지만 보통 『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 등으로 불립니다. 이 책을 지..

(얼레빗 4399호) 허준, 410년 전 위대한 의서 《동의보감》 완성

"양평군(陽平君) 허준(許浚)은 일찍이 선조(先朝) 때 의방(醫方, 병이나 상처를 치료하는 의술)을 책으로 펴내라는 명을 특별히 받들고 몇 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였는데, 심지어는 유배되어 옮겨 다니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가운데서도 그 일을 쉬지 않고 하여 이제 비로소 책으로 엮어 올렸다. 이어 생각건대, 선왕께서 펴내라고 명하신 책이 과인이 계승한 뒤에 완성을 보게 되었으니, 내가 비감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허준에게 숙마(熟馬, 길이 잘 든 말) 1필을 직접 주어 그 공에 보답하고, 이 책을 내의원이 국(局)을 설치해 속히 찍어내게 한 다음 나라 안팎에 널리 배포토록 하라.“ 이는 《광해군일기[중초본]》 2년(1610년) 8월 6일 기록으로 허준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완성했다는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