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생활 4

평생 하늘에 부끄럼 없자고 했네 – 이현일, 「병중서회」

평생 하늘에 부끄럼 없자고 했네 – 이현일, 「병중서회」 덧없는 인간세상 草草人間世 어느덧 나이 팔십이라 居年八十年 평생에 한 일 무엇이뇨 生平何所事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한 것이네 要不愧皇天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이 쓴 「病中書懷(병중서회, 병중에 회포를 적다)」라는 한시입니다. 1704년 이현일이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에 지은 것으로, 글쓰기를 마감한 절필시(絶筆詩)지요. 그는 죽음이 가까워오자 평생을 뒤돌아보면서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최선을 다했음’을 고백합니다. 높은 벼슬이나 재산을 탐하지 않았던 이현일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 시입니다. 이현일이 태어나기 전 임진왜란 때, 두사충(杜師忠)이라는 중국인이 조선에 왔다가 그의 집을 보고 “자색 기운이 1장이나 뻗어 있으니 저 집에 틀림없이 뛰어..

고운 향기 거두어 이끼 속에 감추다 – 정온, 「절매식호중」

고운 향기 거두어 이끼 속에 감추다 – 정온, 「절매식호중」 매화야 가지 꺾였다고 상심치 말아라 寒梅莫恨短枝嶊 나도 흘러흘러 바다를 건너 왔단다 我亦飄飄越海來 깨끗한 건 예로부터 꺾인 일 많았으니 皎潔從前多見折 고운 향기 거두어 이끼 속에 감춰두렴 只收香艶隱蒼苔 조선 중기의 문신인 동계(桐溪) 정온(鄭蘊)이 지은 한시 「절매식호중(折梅植壺中, 매화가지 하나 꺾어 병에 꽃고)」입니다. 정온은 부사직(副司直)으로 있던 1614년 영창대군이 죽었을 때, 그의 처형이 부당하며 영창대군을 죽인 강화부사 정항(鄭沆)을 참수(斬首)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렸지요. 그러자 광해군은 크게 분노했고, 결국 정온은 제주도의 대정현(大靜縣)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고 말았습니다. 반정으로 인조가 보위에 오른 뒤 사자(使者)가 정온..

(얼레빗 4594호) 양반과 상놈이 함께 이룬 성취, 《자산어보》

달빛이 휘엉청 밝은 밤, 초가삼간 마루에 앉아 흑산도 밤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다보며 술잔을 기울이던 정약전 선생, 영화 의 한 장면은 그림 같아 보이지만 실은 58년의 생애 가운데 16년이란 세월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이어갔으며 끝내 유배지에서 삶을 마친 불운의 선비입니다. 그러나 유배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 첫 수산학 연구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 등을 남긴 정약전 선생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 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 흑산도 유배 때(1814년)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 국립중앙도서관 정약전 선생은 영조 34(1758)년에 태어나 전형적인 성리학자로 문과에 급제해 병조좌랑 등의 벼슬을 살게 됩니다만 그의 운명을 갈라놓은 계기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당시 서양 학문과 천..

정약용 해배 및 목민심서 저술 200주년 기념우표

조선후기 실학자이자 부국강병을 주장한 개혁가 다산 정약용. 실학자로서 승승장구하던 정약용에게 정조가 떠난 후 부터 시련이 다가옵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1801년 순조 원년에 일어난 *신유박해를 시작으로 총 18년을 유배지에서 보내게 되는데요. (1801년 천주교도를 박해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