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평생 하늘에 부끄럼 없자고 했네 – 이현일, 「병중서회」

튼씩이 2022. 1. 18. 12:56

평생 하늘에 부끄럼 없자고 했네 – 이현일, 「병중서회」

 

 

 

덧없는 인간세상                             草草人間世

어느덧 나이 팔십이라                      居年八十年

평생에 한 일 무엇이뇨                     生平何所事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한 것이네        要不愧皇天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이 쓴 病中書懷(병중서회, 병중에 회포를 적다)라는 한시입니다. 1704년 이현일이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에 지은 것으로, 글쓰기를 마감한 절필시(絶筆詩)지요.

 

그는 죽음이 가까워오자 평생을 뒤돌아보면서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최선을 다했음을 고백합니다. 높은 벼슬이나 재산을 탐하지 않았던 이현일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 시입니다.

 

이현일이 태어나기 전 임진왜란 때, 두사충(杜師忠)이라는 중국인이 조선에 왔다가 그의 집을 보고 자색 기운이 1장이나 뻗어 있으니 저 집에 틀림없이 뛰어난 인물이 태어날 것이다라고 했다지요. 이현일은 올곧은 선비로 인현왕후 폐위의 부당함을 상소하여 7년에 걸친 유배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