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4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내 눈은 빛도 감별 못 한다. 일상생활 속에 별다른 조명 기구가 필요 없다. 자칫하면 몇 날 며칠 불을 켜 둔 채 지낼 위험이 크다. 자취하던 대학 시절부터 수시로 전기 전원을 확인했다. 동탄 신도시로 이사한 혜은 집에 놀러 갔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문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 누구 있어? 불이 꺼져 있는데?" 막내 제부 목소리였다. 유주가 말했다. "이모부,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또랑또랑한 유주 목소리에 아픈 웃음을 깨물었다. - 김성은의 《점자로 쓴 다이어리》 중에서 - * 빛 없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빛을 못 보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등이 켜져 있든 꺼져 있든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그 불편함을 제대로 ..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앞으로 쭉 가세요

“똑바로 가세요. 그리고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세요.” 외국어로 길 찾기를 배울 때면 한 번쯤 입으로 해 본 말이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책에는 길에서 위치를 묻거나 안내하는 표현들이 꼭 있다. 길 찾기를 연습하는 단원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책에도 대부분 있다. 그런데 여러 번 생각해 봐도 나는 길에서 책에 나오는 대로 말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다시 말해, 한국의 길 위에서 안내하는 것이 책에서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한국의 일상생활에서는 방향을 주로 ‘앞’과 ‘뒤’, ‘옆’으로 말한다. ‘앞’이란 사람이 향하고 있는 곳이고, 그 반대쪽이 ‘뒤’이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에게 가까운 곁은 모두 ‘옆’이다. 앞은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인 만큼 가장 많이 쓰일 말이다. 집 앞에 있는 뜰은..

“손이 시려워”는 잘못 쓰는 말

어렸을 때,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던 노래 가운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란 소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설을 앞두면 귀마개를 하고 밖에서 놀았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시려도 귀가 시릴 만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에서 “손이 시려워”라고 말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귀가 시려울 만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시리다”가 올바른 말이다.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다. “시려워”는 “시리어”나 “시려”로 고쳐서 말해야 하고, “시려울 만큼”도 “시릴 만큼”으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발 시려운 사람”이 아니라, “발 시린 사람”이 맞다. 방송에..

노랫말의 반칙

가수 전영록 님이 부른 란 노래는, “꿈으로 가득 찬 설레이는 이 가슴에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라고 시작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설레이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설레다’가 표준말이다. 이 노랫말의 ‘설레이는’은 ‘설레는’으로 고쳐야 하고, ‘쓸려거든’은 ‘쓰려거든’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설레임’이란 얼음과자가 있는데, 이 제품 이름도 ‘설렘’으로 고쳐야 맞는 표현이 된다. 설운도 님의 에 들어있는 “목메이게 불러봅니다”라는 노랫말도 ‘설레는’을 ‘설레이는’으로 잘못 쓴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이때에도 ‘목메이게’가 아니라 ‘목메게’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서정주 시인의 작품 도 가수 송창식 님이 대중가요로 만들어 널리 불리고 있는데,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