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17

(얼레빗 제4988호) 민족 언론의 자존심, 1936년 일장기 말살사건

1936년 8월 9일 열린 베를린 올림픽 본선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는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습니다. 일제는 당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이 두 선수의 출전을 막으려고 온갖 술수를 썼지만, 기록에서 현저히 뒤지는 일본 선수를 뽑을 수 없어 마지못해 조선인 선수를 뽑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일제와 일본어 발행 신문들은 일본인으로서 ’손 기테이‘를 일제히 칭송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는 “가슴에 나라 잃은 한을 품고 혼을 불살라 이룬 조선인 손기정의 우승마저 일본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라며 민족지 언론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여운형 사장의 조선중앙일보는 1936년 8월 13일 자 신문에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실은 뒤 자진 휴간을 선언했고,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절정(絶頂)                                     - 이육사(1904~1944)    매운 계절의 채쭉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리빨 칼날진 그 우에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2011년 광복절에 방영된 MBC 광복절 특집극   지난 2011년 광복절 66돌을 맞아 MBC텔레비전에서는 이육사 일대기 '절정'을 방영해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드라마 '절정'은 39년이란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인 이육사의 정신과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제목으로 사용된 '절정'..

(얼레빗 제4974호) 백제 비류왕 때 쌓은 김제의 ‘벽골제’

“김제(金堤)의 ‘벽골제(碧骨堤)’는 신도 또한 한 번 가서 보았는데, 그 둑을 쌓은 곳이 길이가 7천1백 96척(1척≒ 30.3cm, 약 2.18km)이고 넓이가 50척(약 15m)이며, 수문이 네 군데인데, 가운데 세 곳은 모두 돌기둥을 세웠고 둑 위의 저수한 곳이 거의 일식(一息, 30리로 약 11.79km)이나 되고, 뚝 아래의 묵은 땅이 광활하기가 제(堤, 방둑)의 3배나 됩니다. 지금 농사일이 한창이어서 두루 볼 수 없으니, 농한기를 기다렸다가 상하의 형세를 살펴 다시 아뢰겠습니다.” ▲ 지금은 벽골제 제방을 따라 작은 수로만 남아있다.(최우성 기자) 위는 《태종실록》 30권, 태종 15년(1415년) 8월 1일 치 기록으로 전라도 관찰사 박습이 김제(金堤)의 ‘벽골제(碧骨堤)’에 관해 아뢰는..

한국-그레나다 수교 50주년 기념우표

2024년은 한국과 그레나다가 1974년 8월 1일에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뜻 깊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 그레나다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우표에 담았습니다. 앞으로 두 나라가 더욱 친밀하게 협력하는 관계가 되기를 기대합니다.한국의 집옥재는 경복궁 내에 있는 전각으로, '옥처럼 귀한 보배를 모은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집옥재’ 현판이 세로로 걸려있는 본채를 중심으로 왼쪽엔 2층으로 된 누각인 팔각정 형태의 팔우정이 있고, 오른쪽엔 팔작지붕의 단층 건물인 협길당이 있으며, 이 세 채의 건물은 복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채는 주로 고종의 서재로 사용되었으며, 어진을 모시거나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장소로도 활용되었습니다. 고종은 개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외교에 대한 정보 습..

[성명서] 부산 강서구청은 법정동 이름을 외국어로 짓지 말라!

부산 강서구청은 법정동 이름을 외국어로 짓지 말라! 부산 강서구에서 새로운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정하려고 한다. 제 나라 말이 없다면 모를까, 일제 강점기도 아닌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법정동 이름을 짓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 75개 국어문화단체는 이같은 매국적이고 문화사대주의적인 시도에 단연코 반대한다. 적절한 우리말로 동 이름을 지어야 한다.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외국어로 이름 지은 지구나 시설이 월등히 많다. 특히 우리말로 쓰고 있던 ‘달맞이길’을 ‘문탠로드’로, ‘광안대교’를 ‘다이아몬드브릿지’로 별칭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 이름을 지을 때 ‘그린레일웨이’, ‘마린시티’, ‘센텀시티’, ‘에코델타시티’, ‘오션시티’ 등 외국어를 사용한..

맛의 말, 말의 맛 - 빵의 전쟁

성경이 바뀐다? 성경의 정확무오(正確無誤)함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펄쩍 뛸 일이긴 하지만 성경은 바뀐다. 오래전 이 땅의 초기 기독교인들이 봤던 성경과 오늘날의 성경이 조금 다르다. 또한 당대의 기독교인들이 보았던 우리말 성경은 번역되기 전의 외국어 성경과 내용이 조금 다르다. 여러 가지를 복잡하게 따질 필요 없이 성경에 나오는 먹을 것만 보아도 그렇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란 이름 속의 ‘보리떡 다섯 개’와 마태복음 속의 다음 구절이 그 예 중의 하나이다. 영어 Man shall not live on bread alone. 독일어 Der Mensch lebt nicht vom Brot allein. 프랑스어 que l'homme ne vivra pas seulement de pain. 일본어 ..

난민과 탈북민, 두 개의 나라

2018년 예멘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벌어졌었다. 정치적, 사회적 위험 때문에 탈출한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수용해야 한다고 선뜻 말할 자신도 없다. 탈북 어민을 북으로 돌려보낸 일을 놓고 시끄러워진 다음에야 나는 일반적인 난민과 북에서 탈출한 난민, 즉 탈북민이 뭔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이 아주 극소수라고 들었는데, 탈북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북쪽으로 전단 날리는 일을 정부에서 막자 어떤 탈북민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난했던 것도 기억난다. 다른 나라에서 온 난민에 비해 탈북민은 수월하게 한국 ‘국민’이 되는 모양이다. 일반 난민과 탈북민을 왜 이렇게 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오늘의 주제는 이게 아니다. ..

언어의 숨겨진 힘 - 당신은 어떻게 말하고 계십니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언어 능력과 어휘력은 서로 비례 관계이다. 언어 능력이란 곧 모어의 어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휘력은 비단 우리가 말을 구사할 때나 글쓰기를 할 때에만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여러 학자들 사이에서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가, 사고가 언어를 지배하는가?”라는 질문을 둘러싼 논쟁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는 어휘력과 사고력이 완전히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휘를 1천 개 알고 있는 사람보다 1만 개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유연하고 다채롭게 사고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휘력이 향상될수록 우리의 사고력..

범람하는 ‘챌린지’란 말, 그러나 ‘챌린지’는 틀린 ‘일본식 영어’

범람하는 ‘챌린지’란 말, 그러나 ‘챌린지’는 틀린 ‘일본식 영어’ - ‘일본식 영어 베끼기’를 그만둬야 할 이유 공공기관들의 부끄러운 ‘챌린지’ 홍보 우리 주변에서 ‘챌린지’라는 말을 최근 들어 부쩍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각종 행사에 ‘챌린지’란 말을 붙여 홍보에 나서고 있다. 창녕군은 오는 6일부터 30일까지 25일간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을 활용해 ‘책 읽는 창녕, 독서하는 군민’ 운동 활성화를 위한 걷기 챌린지를 운영한다고 밝혔다(2021년 9월 3일). 그림 1. 걷기 챌린지 홍보물 (출처: 창녕군청) 경기도의회 의장이 3일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인권보호와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세이브 아프간 위민(Save Afghan Women)’ 챌린지에 동참했다(2021년 9월 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어느 주말 지방에 가려고 기차를 탔는데 입석으로 서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뿐인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어르신들은 차표를 예매하는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거나 온라인으로 결제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부르는 앱을 사용할 줄 몰라서 길 한복판에서 한없이 예약 표시등이 켜져 있는 택시들을 지나쳐 보내고 망연자실하거나, 급기야 외출이 두렵다고 주변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기도 했다. 엊그제 과메기를 드시고 싶다는 아버지 말씀에 어머니께서 불편한 다리로 과메기를 사러 대형 슈퍼마켓에 다녀오셨다기에, 놀라서 다음날 바로 인터넷으로 새벽 배송되는 과메기를 친정집 문 앞으로 보내드렸다. 쉰 살이 넘으면서 드는 생각은 두려움이 커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