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17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578돌 한글날을 지내며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에 관해 막연히 알던 부분을 자세히 살펴본다.《훈민정음 해례본》이란?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창제 과정과 원리를 설명한 책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옛 이름인 "훈민정음"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글의 창제 과정과 사용법, 창제 배경을 기록한 이 책은 문자와 책을 구분하기 위한 한글의 해설서 역할을 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로는 예의(例義)다. 세종대왕이 직접 작성한 부분으로, 한글을 만든 이유와 기본적인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여기에는 한글을 창제한 배경과 목적, 그리고 모든 글자가 어떻게 음을 이루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해례(解例)다. 세종대왕을 보좌했던 집현전 학자 8명..

세종대왕 말고 누구?

한글은 과학성과 독창성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자 체계이다. '한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많은 사람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세종대왕 외에는 또 누가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뿐만 아니라 한글의 연구와 보급에 기여한 수많은 인물의 노력이 깃들어있다.    자음과 모음에 이름을 부여하다, '최세진’ 훈민정음이 창제된 당시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부르는 표준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한글 기본 글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이 없던 기본 글자들에 현재 통용되는 ‘자음’과 ‘모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바로 조선의 학자이자 동시통역가였던 최세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한글문화연대에서 체험하자!...제577돌 한글날

지난 10월 9일,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한글날이 제577돌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용산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 앞에는 수많은 한글 체험 전시장이 차려졌다.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도 우리말 가꿈이, 대학생 기자단과 함께 훈민정음 서문 탁본 뜨기와 한글 구슬 팔찌 만들기 체험 전시장을 열었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위대함과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다. 한글날은 1926년 음력 9월 29일에 지정된 ‘가갸날’을 시초로 해 1928년부터는 ‘한글날’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한글날이 양력 10월 9일로 확정된 것은 광복 이후인 1945년이며 1946년에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1990년, 법정공휴일 축소 결정 이후 한동안 한글날은 법정공휴..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17, 외국어 표기는 ‘한글20’으로

지금까지 현행 외래어표기법은 영어와 중국어 등의 중요한 발음을 변별력 있게 표기하지 못해 외래어표기법을 없애고 언어별로 새로운 ‘외국어표기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각각 10개의 한글 기본자음과 기본모음을 훈민정음의 원리에 따라 합자하여 외국어의 어떤 발음이라도 변별력 있게 표기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글쓴이는 이 20개의 자모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체제의 한글을 ‘한글20’이라 부릅니다. ‘한글20’은 무엇인가? 이 세상의 모든 수(數)는 0부터 9까지의 10글자로 표현합니다. 이들은 훈민정음의 합자와 마찬가지로 낱자를 합하여 새로운 뜻을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어 9를 합자하여 99를 만들면 왼쪽 9는 10이 9개라는 뜻이고 오른쪽 9는 1이 9개라는 뜻입니다. 999의 왼쪽 9는 ..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점자와 묵자

우리가 알아야 할 문자, 훈맹정음 훈민정음이라 하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이자 문자일 것이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것으로 오늘날 한글이 되었다. 그렇다면 훈맹정음은 어떠한가? 훈맹정음은 누구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훈맹정음은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 장애인을 위해 1923년 발표한 것으로, 현재 쓰고 있는 한글 점자의 원형이다. ‘훈맹정음’은 자음과 모음, 숫자도 다 들어가 있는 서로 다른 예순세 개의 한글 점자로, 배우기 쉽고, 점 수효가 적고,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 송암 박두성 선생이 쓴 《맹사일지》에는 “점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니 배우고 알기는 5분이면 족하고 읽기는 반나절에 지나지 않으며 4, 5일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쓰고 유창하게 읽을 ..

'한글 점자의 날'을 아시나요?

10월 9일은 한글날,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이다. ‘한글 점자의 날’은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점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로, 매년 11월 4일이 바로 그 기념일이다. 점자법 제15조에 따르면 한글 점자의 날이 속한 주간을 ‘한글 점자 주간’이라고 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와 관련해 각종 행사를 실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11월 4일은 현재 사용하는 한글 점자의 원형인 ‘훈맹정음’을 발표한 날을 기념하여 정해졌다. 그전까지는 법정 기념일이 아니었던 ‘한글 점자의 날’이 2020년 12월에 ‘점자법’이 개정된 이후부터 법정 기념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올해 ‘한글 점자의 날’은 96돌을 맞이했으며 법정 기념일이 된 지는 두 해째다. 하지만 ..

100년 전 우리말 풍경 - 기독교와 한글

19세기 말 『독립신문』 등 근대적 매체의 등장에 앞서 한글 사용의 확대에 기여한 것은 서양에서 들어온 종교, 즉 천주교와 개신교였다. 천주교는 조선 후기 서학의 유입과 함께 수용되었고 1784년에는 한국천주교회가 창설되었다. 개신교는 19세기 말 만주를 오가던 의주 상인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고, 1883년 황해도 장연군에 최초의 개신교회인 소래교회가 설립되었다. 서양에서 들어온 새로운 종교는 한글을 통해 조선의 민중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1864년 천주교의 교리서가 다수 발행되었는데, 중국에서 발행된 한문 교리서를 번역한 것도 있었고 한국에서 선교하던 프랑스 신부들이 자체적으로 편찬한 것도 있었다. 한국천주교회가 채택한 최초의 공식 교리서 『성교요리문답(聖敎要理問答)』은 중국에서 간행된 동..

홀몸과 홑몸

배가 불러 있는 며느리가 주방에 들어가려 하자, 시어머니가 만류하며 인자하게 타이른다. “홀몸도 아닌데 몸조심해라.”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만일 ‘임신 중이니 몸조심하라’는 뜻이라면, 낱말 선택이 잘못 되었다. ‘홀몸’은 ‘혼잣몸’ 곧 독신을 말한다. 말하자면, 배우자가 없는 사람을 홀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홀몸도 아닌데 몸조심하라’는 말은 ‘배우자가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전혀 엉뚱한 뜻이 되어 버린다. 임신 중인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할 시어머니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아기를 배지 않은 몸은 ‘홑몸’이라고 한다. 곧 딸린 사람이 없는 몸이 ‘홑몸’으로서,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홀몸과는 구별되는 말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우리말로 닿소리, 홀소리라고 하는데, 모음을 ‘홀소리’라고 하는 것은 ..

형태소와 이형태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일상어가 쉽고 전문어가 어렵다. 일상생활에서는 전문 분야의 엄밀한 용어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전문어의 뜻이 머릿속에서 바로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개 ‘단어, 문장, 주어’ 등 일상적으로도 자주 쓰는 문법 용어는 쉽다고 생각하고, 이 글에서 설명할 ‘형태소(形態素), 이형태(異形態)’와 같은 말은 어려워한다. 그러나 어떤 전문 분야에서든 넓고 모호한 일상어보다는 좀 더 명확하게 정의된 전문어가 어떤 대상을 잘 설명하는 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전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쉬운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단어, 문장, 주어’ 등은 문법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이견 없이 통일된 개념 정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모호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