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표현 15

우리말 탐구 - 곡식은 영글기도 하고 여물기도 한다

봄철 이상 저온과 여름철 폭염으로 농부들의 한숨이 잦았던 한 해였지만, 깊어 가는 가을 속 오곡백과는 그간의 고생을 씻어 주듯 알알이 여물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는 ‘과실이나 곡식 따위가 알이 들어 딴딴하게 잘 익다’를 뜻하는 ‘여물다’와 ‘영글다’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영글다’와 ‘여물다’는 옛말 ‘염글다’와 ‘여믈다’에 어원을 두고 있어, 어원적으로도 근거가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널리 쓰여 모두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한때 ‘영글다’가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던 탓에 간혹 ‘영글다’를 ‘여물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알고 있는 이도 있지만, ‘여물다’와 ‘영글다’는 복수 표준어다. 그래서 곡식이나 과실이 잘 익었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상관없다. ‘알차게 여..

시적 허용, 어디까지 가능할까?

문학 작품 안에서는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이 특별히 허용된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어긴 표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시(詩)를 창작할 때 적용되기 때문에 ‘시적 허용’이라 부른다. 시의 운율을 살리고 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 시적인 효과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 국화옆에서, 서정주 이 시에서 ‘노오란’은 ‘노란’의 잘못된 표현이지만, ‘노오란’이라는 표현이 시에 운율감을 더해준다. ‘노오란’의 어감이 왠지 더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적 허용’은 시(詩)뿐만 아니라 소설, 산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때문에 예술적 허용, 문학적 허용 등으로 불리기도 한..

‘키예프’ 말고 ‘키이우’로 불러주세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3월 1일 누리소통망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명이 러시아식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사관 말에 따르자면, 수도 명칭을 ‘키예프’가 아니라 ‘크이우’로, ‘크림반도’가 아니라 ‘크름반도’로 표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표기를 바로잡은 것은 전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세계적으로 전쟁 발발의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2월 24일,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러시아의 정당성 없는 공격은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 러시아식 표기를 지양하고 우크라이나 지명은 우크라이나식 발음에 따라 표기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대사관 측에서는 침략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하고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