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사조 3

우국지사의 정신까지 잘 묘사한 채용신의 <황현 초상>

우국지사의 정신까지 잘 묘사한 채용신의 새도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무궁화 이 세상은 망하고 말았구나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륜) 등잔 아래 책을 덮고 옛일 곰곰 생각하니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글을 아는 사람 구실 정녕 어렵구나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매천 황현黃玹이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순국하기 직전에 남긴 「절명시絶命詩」입니다. 황현은 동생 황원黃瑗에게 “세상 꼴이 이와 같으니 선비라면 진실로 죽어 마땅하다. 그리고 만일 오늘 안 죽는다면 장차 반드시 날로 새록새록 들리는 소리마다 비위에 거슬려 못 견뎌서 말라빠지게 될 것이니 말라빠져서 죽느니보다는 죽음을 앞당겨 편안함이 어찌 낫지 않겠는가?”라고 하며, 자신이 순국을 결..

조선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상화를 보셨나요?

조선 후기 초상화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걸작, 보물 제1483호 을 보셨나요? 비단 바탕에 채색한 그림으로 세로 99.2cm, 가로 58cm이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초상화는 이채가 지체 높은 선비들이 입던 무색 심의深衣를 입고 중층 정자관程子冠을 쓴 뒤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반신상입니다. 그런데 을 비롯한 조선의 초상화는 극사실화極寫實畵와 전신사조傳神寫照로 그렸지요. 먼저 이 초상에서 이채의 눈매를 보면 홍채까지 정밀하게 묘사되어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것은 물론, 왼쪽 눈썹 아래에는 검버섯이 선명하게 보이며, 눈꼬리 아래에는 노인성 지방종까지 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살을 파고 나온 수염을 하나하나 세밀히 그렸으며, 오방색 술띠를 한 올 한 올 거의 ‘죽기 살기..

9월25일 -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임금의 초상, 누가 그렸을까요

“공정대왕(恭靖大王)과 정안왕후(定安王后)의 영정(影幀)이 외방(外方)에서 들어왔으니, 마땅히 선원전(璿源殿)에 봉안(奉安)할 것인데, 직접 받들어 맞아들이지 않으면 마음에 미안하다. 또 예전에도 친히 맞아들이는 때가 있었으니, 마땅히 대궐 밖에 서서 조종조의 영정과 새로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