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말 28

한글 맞춤법 - 집채만 한 파도, 집채를 덮을 만한 파도

우리 민족의 염원은 통일뿐이다 그는 가족들에게뿐만 이웃들에게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했다. 학생들은 약간 기가 질려서 눈만 말똥거릴 뿐 대뜸 반응은 없다. 이름이 나지 않았다 뿐이지 참 성실한 사람이다. '뿐'이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쓰여서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 또는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로 보아 앞말에 붙여 씁니다. 반면에 용언 뒤에 쓰여서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거나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로 보아 앞말과 띄어 씁니다. 눈에 띄는 차이는, 앞에 어떤 유형의 말이 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뿐'이 조사일 때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의존 명사일 때는 동사나 형용사 같은 용언 뒤에서 쓰인다는 점을..

몸에 관한 토박이말

사람 몸의 각 기관을 가리키는 우리말은 400여 개가 넘는다. 머리, 얼굴, 손, 발, 팔, 다리, 허리 들처럼 바깥 부분의 구조는 주로 토박이말(=순 우리말)로 불리고 있고, 심장, 간, 폐, 위, 창자 들처럼 몸 안의 구조는 대부분 한자말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몸 안의 구조도 예전에는 거의 토박이말로 불리었다. 다만, 몸 바깥 부분과는 달리, 몸 안의 부분에 대한 이름은 주로 의학 용어로 기록되고 사용되어 온 까닭에 한자말로 차츰 바뀌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나날살이에서는 아직 몸 안의 부분에 대한 순 우리말들이 많이 남아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숨 쉬는 기관인 폐에 대해서도 우리말인 ‘허파’, 또는 ‘부아’가 아직 널리 쓰인다. 분한 마음이 울컥 솟아나는 것을 “부아가 치민다.”라고 하는데,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슬다 견디다 입히다 그릇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115쪽부터 11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115쪽 첫째 줄에 ‘쉬 녹이 슬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쉬’는 ‘쉬이’의 준말로 ‘어렵거나 힘들지 아니하게’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슬다’는 ‘쇠붙이에 녹이 생기다’는 뜻도 있고 ‘곰팡이나 곤충의 알 따위가 생기다’는 뜻도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넷째 줄에 ‘오래 견디는 것은’이 나오는데 여기서 ‘견디는’은 요즘 다른 책에서나 많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유지되는’을 쉽게 풀어 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줄에 있는 ‘막으려면’도 ‘방지하려면’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말입니다. 여덟째 줄에 ‘입히면’이라는 말이 참 반가웠습니다. 요즘 다..

억장이 무너진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은 흔히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뜻의 관용구로 쓰인다. 그러다 보니, 이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의 뜻을 ‘가슴이 무너진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자기 가슴을 쾅쾅 치면서 억장이 무너지고 천지가 캄캄하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따로 있다. 오랫동안 공들여서 해 온 일이 아무 소용없이 돼 버려서 몹시 허무한 심정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억장이 무너진다’이다.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들은 극심한 허탈감에 빠질 경우에 “억장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해 왔다. 이것은 슬픔이나 절망과는 다르지만, 가슴 아프고 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억장’은 ‘억장지성’이란 한자말의 준말로 억 장 높이의..

읽기 좋은 글, 듣기 좋은 말 - 준말은 ‘덫’이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은 새말을 즐겨 쓴다. 참신한 새말은 유행어가 되기도 하지만, 특히 또래들과 동질성을 느끼려는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의사소통 수단이 되면서 은어가 되기도 쉽다. 인류사를 통틀어 어느 때든 새로 생기는 말이 없었으랴. 사회와 문화가 바뀌면 새말은 생성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 사회는 새말로 인한 의사소통의 책임을 청소년의 언행과 연결 짓는 경향이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온라인상에는 ‘한 해의 신조어’가 발표된다. 새말은 한 해를 살아 낸 사람들이 어떤 생각에 공감했는지를 알려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가늠하게도 한다. 다 아는 바와 같이, 2020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 코로나19 사태이다. 지구촌 모든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