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5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누구에게나 당연한 문화는 없다

외국어 수업 시간에는 취미 활동을 묻고 답하는 시간이 있다. 주로 초급반에서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이야기하면서 배운 말을 연습한다. 주말이나 시간이 있을 때 보통 무엇을 하는지 물으면 가까운 곳에서 산책을 한다거나 영화를 보러 간다는 이야기, 또는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때 한국어 교재에는 꼭 ‘등산’이 빠지지 않는다.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산에 가는 그림을 보는 한국어 학습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고산지대에서 온 학생들은 ‘안 그래도 높은 데 사는데, 굳이 등산을?’이라는 얼굴을 하고, 험한 산이 많은 나라의 학생들은 ‘집 주위에 산이 얼마나 높으면?’이라며 갸우뚱한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에서 온 학생들은 ‘산에 가면 위험한 사람들을 만날 텐데 왜 산에 가느냐’고도 한다. 땅이..

제수씨

새로 이사한 집에 이웃이나 친지를 불러 집을 구경시키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집들이한다’고 말한다. 흔히 집들이에 초대받아 갈 때에도 ‘집들이 간다’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말이다. 새로 집을 지었거나 이사한 집에 집 구경 겸 인사로 찾아보는 일은 ‘집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집들이에 초대받아 갈 때에는 ‘집알이 간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요즘 여기저기 집들이하는 집이 눈에 뜨인다. 회사 동료나 친구 집에 집알이를 가면, 그 집 안주인은 갑자기 손님들의 ‘제수씨’가 되어 버린다. 온종일 음식 마련하느라 분주했던 안주인은 호적에도 없는 여러 시아주버니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옳지 못하다. 친구의 아내를 부를 때에는 일반적으로 ‘아주머니’가 표준말이지만, 상황에 맞도록 알맞은 부름말을 가려 ..

집에 관한 우리말

남이 살던 집에 이사한 경우에는 집들이를 하기 전에 집을 새로 단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집을 보기 좋게 잘 꾸미는 일을 흔히 ‘인테리어’라는 영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집치레’라는 토박이말이 있다. ‘인테리어한다’는 말이 일반화하기 전에 우리는 이를 ‘집치레한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집을 새로 꾸미지는 않고, 그냥 손볼 곳만 고쳐 가며 집을 잘 가꾸고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에 쓰는 말은 따로 있다. ‘집치레한다’고 하면 인테리어를 한다는 말이고, 집을 매만져서 잘 정리하고 돌보는 일은 우리말로 ‘집가축’이라고 한다. “이번 연휴 때는 집가축을 하며 지냈다.”처럼 쓴다. 집치레나 집가축과는 달리, 집안의 여러 집물 따위를 옳게 간수하기 위해 정돈하거나 단속하는 일은 “집단속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