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9

맛의 말, 말의 맛 - 우동과 짬뽕의 회유 “우짬짜 중에 골라. 난 짜장으로 할래.”

중국 음식점에서 흔히 하는 말로 한번 ‘쏘겠다’고 한 이가 주문 첫머리에 이렇게 말을 하면 모두들 김이 샌다. 우동, 짬뽕, 짜장면이 중국 음식점의 대표적인 메뉴이기는 하지만 가장 값이 싼 ‘면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탕수육, 깐풍기, 양장피 등의 ‘요리’ 한두 개는 주문해야 제대로 대접을 하는 것일 텐데 ‘물주’가 이렇게 먼저 말을 하고 나면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 중국 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식이지만 홀대를 받기도 하는 이 ‘우짬짜’는 우리말을 다루는 사람들을 지극히 괴롭혔던 음식이기도 하다. 시중의 ‘짜장면’과 규범 속의 ‘자장면’의 긴 싸움은 둘 다 인정하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우동’과 ‘짬뽕’은 표기는 물론 국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동은 어느 나라 음식인가? 옛날 사람들은 우..

맛의 말, 말의 맛 - 중면과 쫄면의 기묘한 탄생기

밀의 변신, 아니 밀가루의 변신은 무죄다. 지구인을 먹여 살리는 곡물을 꼽으라면 쌀과 밀을 꼽을 수 있는데 두 곡물은 이용 방법이 서로 다르다. 쌀은 껍질을 벗긴 후 통으로 익혀 먹는데 우리말로는 ‘밥’이라 부른다. 반면에 밀은 통으로 먹는 일은 드물고, 곱게 가루를 낸 뒤 반죽을 하여 빵으로 구워 내거나 국수로 뽑아낸다. 쌀은 음식으로 가공하고 난 뒤에도 알곡의 모습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지만 밀은 가루가 된 뒤 반죽하여 빚고 뽑아내는 것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신을 하게 되니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어느 쪽이든 결국은 각각의 곡물이 가진 특성을 살려 가공하는 것이니 좋고 나쁘고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빵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국수 또한 이에 못지않다. 밀가루를 반죽해..

맛의 말, 말의 맛 - ‘집밥’과 ‘혼밥’ 사이

‘밥’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밥’이다. 예나 지금이나 ‘밥’이고 전국 방방곡곡 모든 지역에서 ‘밥’이다. 이렇듯 ‘밥’은 변함이 없으나 앞뒤에 붙는 말들은 변화가 있고, 그 변화는 각 시대의 우리의 삶을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 쌀이 귀하던 시절 ‘고봉밥’은 무척이나 반가운 말이었으나 밥이 과다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전락해 버린 요즘에는 아예 사라진 말이 되었다. 과거에는 밥을 훔치는 사람, 혹은 일은 안 하고 밥만 축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쓰이던 ‘밥도둑’이 요즘에는 맛있는 반찬에 대한 찬사로 쓰인다. 그러나 ‘밥’과 관련해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을 가장 잘 반영해 주는 말은 역시 ‘집밥’과 ‘혼밥’이다. ‘집밥’이란 말은 ‘밥집’에서 나왔다. 뭔가 말이 되지 않는 것같이 들리지만 사실..

'너무'를 긍정적인 말에 쓰는 건 잘못이다

독자 한 분이 우리문화편지 제4677호 를 읽고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을 참고하라며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관심을 두고 의견을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시사상식사전에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뛰어넘은 상태를 뜻하는 부사다. 종전에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표현할 때만 쓰였다. 그러다 2015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한계에 지나치게’를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라고 그 뜻을 수정하면서 긍정적인 말과도 함께 쓰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너무 좋다’, ‘너무 멋지다’ 등처럼 사용할 수 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물론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온라인가나다’(어문 규범, 어법, 표준국어대사전 내용 등에 대하여 문의하는 곳)을 보면 한 시민의 질문에 두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