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어 54

단어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담긴 그릇, 현실 발음

[실라], [철리], [물랄리], [생산냥]. 한눈에 봐도 이상한 이 글자들은 한국어 단어인 ‘신라’, ‘천리’, ‘물난리’, ‘생산량’의 표준발음이다. 이렇게 한국어는 ‘표준 발음법’에 의해 올바른 발음이 정해져 있다. 안 그래도 외울 것이 많은 한국어 문법인데 발음까지 외워야 한다니. 누군가에게는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표준 발음법에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규칙이 있지만, 이번 기사에서 다룰 것은 표준 발음법 제5장 제20항의 내용이다. 표준 발음법 제5장 제20항은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신라’, ‘천리’, ‘물난리’의 ‘ㄴ’이 앞, 뒤의 ‘ㄹ’의 영향으로 ‘ㄹ’로 바뀌어 [실라], [철리], [..

윤서결인가, 윤성렬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 발음을 둘러싼 혼란이 2022년부터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는 특히 뉴스와 각종 매체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름인 만큼 발음을 두고 논란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아나운서는 [윤성렬]로 발음하고, 또 다른 아나운서는 [윤서결]로 발음하여, 국민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어 문법에 따르면, [윤서결]의 발음이 맞다. '석'의 받침 'ㄱ'이 연음 법칙에 따라 '열'과 결합하면서 '결'로 발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왜 [윤성렬]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첫 번째 이유는 '열'과 '렬'을 혼동하여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이 '열'과 '렬'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발음이 유사하다고 느껴 혼..

"오늘이 몇 일인지 웬지 궁금하네"

이 기사의 제목을 보고 어색한 점을 찾을 수 있는가? ‘몇 일’, ‘웬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든다. ‘몇 일’은 ‘며칠’로 ‘웬지’는 ‘왠지’로 바꿔 써야 옳은 맞춤법이다. ‘몇 일’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며칠’은 어원적으로 몇 + 일이 아닌 몇 + 을의 합성어로 ‘사흘’, ‘나흘’에 있는 것과 같은 ‘을’이 쓰였다. 마찬가지로 ‘웬지’도 없는 표현이다. ‘왠지’는 ‘왜인지’의 줄임말로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를 뜻하는 부사이다. ‘웬’은 ‘어떠한’을 나타내는 관형사로 뒤에 있는 단어를 꾸며준다. ‘웬일’, ‘웬만하면’ 등 대부분 ‘웬’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왠지’만 ‘왠’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이렇듯 사람들이 쉽게 틀리는 맞춤법이 많다. 독립된 단어는 아니지만 ‘로서/..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자기와 자신과 자기 자신, 같은 듯 다른 쓰임새

우리말에서 재귀칭은 ‘자기, 저, 당신’ 등이 있다. 재귀칭(또는 재귀 대명사)이란 문장에서 주어 등의 성분이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쓰이는 대명사를 가리킨다. 가령 “철수는 자기를 아낀다.”에서 ‘자기’는 ‘철수’를 되가리키는 재귀칭으로, 한 문장 안에서 명사 ‘철수’가 되풀이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 한 문장에서 같은 명사(특히 유정 명사)가 반복되는 것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저’와 ‘당신’은 높임의 정도만 다를 뿐 ‘자기’와 기능이 같다. “우리 아이는 늘 저만 위해 달라고 한다.”에서 ‘저’는 아이를 낮추는 뜻이 있고, “할아버지는 당신의 사업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에서 ‘당신’은 할아버지를 높이는 뜻이 있지만, 둘 다 ‘자기’로 바꾸어도 크게 문제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