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와 청자 3

찰나의 우리말 - 가족 호칭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

5월도 벌써 다 가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가족과 관련된 언어 문제를 생각해 보려 한다. 행복한 가족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행복한 가족을 바라고 꿈꾼다. 그런데 행복한 가족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의 시작 부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다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잘 관찰해 보면 분명히 일반화할 수 있는 행복의 조건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필자가 발견한 행복한 가족이 지닌 행복의 조건은 ‘소통’이다. 행복한 가족들은 공통적으로 가족 사이에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만나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만나..

찰나의 우리말 - 공손성이 문법성을 이길 때

그날도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응시하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쓰던 원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눈동자는 모니터에 꽂아 두고 손을 뻗어 전화기를 들었다. 학교 행정직원 선생님의 목소리다. 필자에게 전할 서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그 직원 선생님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교수님, 혹시 지금 연구실에 계실까요?” 이 질문에 필자는 당황했다.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였다. 누가 연구실에 있느냐고 묻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필자에게 가져다줄 서류가 있다는 내용임을 파악한 후에는 전화에 집중을 하지 않았기에, 집중하지 않은 동안 필자가 맥락상의 주어를 놓쳤나 ..

찰나의 우리말 - 호칭의 온도

나른한 오후, 하지만 나른할 틈도 없이 연구실에 앉아서 마감에 몰린 일들을 하나하나 끝내려 애쓰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 전화가 울린다. ‘누가 건 전화일까’ 하고 휴대 전화를 보니 반가운 분의 성함이 뜬다. 너무나 오랜만이어서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화를 받았다. 인사를 드리며 안부를 여쭈었다. 최근에 낸 책 한 권을 그분께 보내 드리려다 밖에 비가 와서 발송을 내일로 미루고 있던 차였는데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전화가 온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음성 기호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제안을 해 주시고자 전화를 주셨다. 전화해 주신 내용과 관련한 말씀을 한참 나눈 후,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필자의 근황을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책을 보내 드리고자 몇 자 적어 포장을 해 두었는데 마침 전화를 해 주셔서 놀랐다는 얘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