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19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가치와 값어치, 같은 듯 다른 쓰임새

훈민정음이 세상에 반포된 지 어느덧 57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훈민정음은 현존하는 지구상의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창제 연월일과 창제한 인물이 밝혀진 문자이다. 창제일과 창제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덕분이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현존하는 유일한 문자 해설서로서 중요한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가치’의 일반적 의미는 ‘쓸모’ 또는 ‘유용성’이다. 어떤 사물이 쓸모를 잃는 순간 가치도 소멸되고 어떤 대상의 유용성이 부정되는 순간 가치도 상실된다. 곧 가치의 기본 의미는 ‘사물이 어떤 목적에 쓰일 데가 있는 성질이나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상에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 있다. 어떤 용도로 쓰이지 않을지라도, 혹은 어떤 목적..

도서관 속 옛글을 찾아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이 가득한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 1관 4층. 이곳의 한쪽 구석에는 ‘고서실’이라고 쓰인 작은 문이 있다. 중요한 자료들이 보관된 고서실에 일반 학부생이 출입하는 것은 원칙상 금지되어 있어 정확히 어떤 자료들이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없지만, 고서실 문 옆을 장식한 커다란 유리 간판은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아주 중요한 기록 하나를 보여 준다. 바로 1459년 간행된 한글 고서이자 보물 745-1호인 『월인석보』 권1~2다.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 내 『월인석보』 권 1~2 안내 간판. 『월인석보』는 세조 5년(1459)에 편찬한 불교대장경으로,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의 제목을 따 『월인석보』라 일컫는다. ‘석보’는 석가모니불의 연보, 즉 그..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세종과 운명적 조화를 이룬 신숙주

각종 언어에 능통했던 신숙주 신숙주는 어려서부터 총명했다. 세간에 나온 책 중 읽지 않은 책이 없을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고 문장력이 좋아 22세 되던 해인 1439년(세종 21)에는 문과에 3등으로 급제하여 집현전 부수찬(副修撰)이 되었다. 조정에 들어간 후 신숙주는 종종 장서각(藏書閣, 조선의 국가 사적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기관)에 들어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책을 찾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까지 읽는 등 책을 남달리 사랑했다. 어느 날은 신숙주가 장서각에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세종의 어의(御衣)가 그의 등에 덮여 있었다고 한다. 신숙주의 학구열에 세종도 감동한 것이었다. 풍부한 독서량 덕분인지 신숙주는 언어 감각이 탁월했다. 그가 26세 되던 해인 1443년..

한글을 다시 일으킨 최세진

백조라 슬픈 미운 오리 새끼 최세진(崔世珍, 1468~1542)은 사역원정(司譯院正, 조선 시대에 외국어 번역 및 통역 일을 맡아보던 관아인 사역원에 두었던 정삼품 관직) 최정발(崔正潑)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중국어를 배운 최세진은 신분은 낮았지만(중인 계급) 외국어 능력으로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바로 이 점이 사대부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았다. 신분은 낮은데 능력이 뛰어나니 인정할 수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세진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연산군 때 최세진은 왕을 비방하는 익명의 투서를 쓴 범인으로 지목되어 누명을 뒤집어 쓸 위기에 처했다. 승지 권균이 그의 무죄를 입증해 주지 않았다면 그는 화를 면할 수 ..

한글,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면 세계인이 좋아할 것

우리의 고유 글자인 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소리를 내는 구조에 따라 문자가 만들어진 한글 창제의 원리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실려있는데, 한글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널리 알린 이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랐다. 한글의 이 과학적인 창제 방식은 조형에서도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해 한글이라는 문자가 지닌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문자 추상에 대한 흥미에서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오랜 시간 한글을 연구해온 한재준 작가의 경기도 구리시 아차산로 ‘구리아트홀 갤러리’ 전시다. 이 전시는 오는 6월 3일까지 열리고 있다.(매주 월요일 휴관) ▲ 구리아트홀 광고판의 알림 ▲ 전시장 모습 ▲ 한글 자모 조형물이..

(얼레빗 4444호)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정부

세계 언어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글을 으뜸글자라고 말합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미국의 언어학자 제임스 매콜리 교수는 한글날만 되면 언어학자로서 으뜸 글자를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친구 친지, 제자들을 불러 잔치를 하곤 했다지요. 그러면 왜 한글이 이렇게 으뜸글자로 대접받는 것일까요? 먼저 한글은 소리를 낼 때 발음기관의 생긴 모양을 본떠 닿소리(자음)를 만들었기에 과학적이라는 점과 하늘(ㆍ)과 땅(ㅡ)과 사람(ㅣ)을 담아 홀소리(모음)를 만들었기에 철학적이라고 하는 점입니다. ▲ 멋글씨 김도영 작가가 모든 선과 면을 글자로 꾸민 또 한글은 배우기 쉬운 글자로 글자 하나하나가 낱소리(하나의 소리)를 표기하는데, 홀소리와 닿소리 음을 합치면 글자가 되고, 여기에 받침을 더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거기..

(얼레빗 4182호) 백성사랑으로 이룬 세계 으뜸글자 한글

세계 언어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글을 으뜸글자라고 말합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미국의 언어학자 제임스 매콜리 교수는 한글날만 되면 언어학자로서 최고의 글자를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친구 친지, 제자들을 불러 잔치를 하곤 했다지요. 그러면 왜 한글이 이렇게 으뜸글..

(얼레빗 4131호) '훈민정음 해례본' 지켜낸 독립운동가 전형필

한국문화편지 4131호 (2019년 07월 29일 발행) '훈민정음 해례본' 지켜낸 독립운동가 전형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31][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탁자 위엔 비취빛 하늘에 69 마리의 학이 오르내리는 청자 매병 한 점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 매병의 주인은 살테면 사고 말테면 말라는 배짱으..

뛰어난 한지가 있어 더욱 빛나는 훈민정음 해례본

10월 9일은 569년 전 세종임금이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날로 한글창제 이후 우리나라는 우리의 소리인 한글을 새기고 찍어내어 남녀노소가 읽고 쓸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습니다. 세종은 1446년 한글 창제 원리를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았는데 해례본은 펴낼 당시에 목판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