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댓글부대 - 장강명

튼씩이 2024. 4. 9. 18:48

 

 

소설은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이 진보 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에게 자신들이 해온 조작 사실들을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팀-알렙이 실제로 현실에서 벌이는 일들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팀-알렙의 멤버들 삼궁, 01査10, 찻탓캇 세 명은 이십 대 청년들로 모두 일베 ‘죽돌이’들이며 여자라면 일단 ‘김치녀’로 싸잡고, 여론조작으로 번 돈으로 안마방이나 유흥업소에서만 여자를 만나는 일그러진 청춘들이다.

처음에 기업 상품평과 유학 후기 등을 지어내며 쏠쏠히 용돈을 벌던 이들은 W전자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를 다룬 영화가 개봉하자 회사 측에서 고용한 홍보대행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노동실태를 고발한 그 영화에 대해 안 좋은 입소문을 내달라는 의뢰다. 팀-알렙의 지략꾼 삼궁은 그런 식의 공작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역제안을 한다. ‘노동자 인권 문제를 다룬다는 영화사가 오히려 더 스태프를 착취했다’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자는 것. W전자는 삼궁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수수께끼의 조직 ‘합포회’가 나타나 팀-알렙을 고용해 그 작전을 실행에 옮기게 한다.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고, 영화는 여론의 역풍을 받아 흥행을 거두지 못한다. 보잘것없는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게 된 팀-알렙의 멤버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들에게 이제 합포회는 단지 비용을 지급하는 의뢰자가 아니라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인 자신들을 믿고 격려해주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얼마 뒤 팀-알렙은 합포회를 이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이철수’와 ‘남산의 노인’으로부터 현실 속 저항세력의 근거지인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를 무력화하고 십 대들 사이에 “386세대를 씹는” 문화를 일으키라는 지시를 받고 작업에 착수하는데……

‘진보’라 불리는 또는 자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서 어떻게 권력이 생겨나고, 언제 회원들이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지, 그들의 허위의식과 추악한 면모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읽다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며 무엇으로 그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어떤 것인지,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은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댓글부대》에 수록된 [출처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익숙하거나 어떤 것을 연상시키는 이름들을 사용한 것은 그럴듯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였을 뿐 자신은 어떤 견해나 어떤 인물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잘 짜인 허구는 언제나 그럴듯한 현실에 기반을 둔다. 실제와 유사한 설정이 독자들에게 실감 나는 리얼리티를 선사하지만, 불편함을 자극할 수도 있다. 작가는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지길 바라며 썼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반어법이지만 극단의 상상을 몰아붙여 쓴 소설이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거의 백 년 전 나치 독일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가 한 말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결핍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무력해질 때 파시즘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 바 있다. 우리가 어느 순간 좌절감과 무력감을 살짝만 건드려도 금세 증오로 변해버릴 것 같은 그러한 파시즘의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닌지, 지금의 인터넷 세계는 언제든 당신을 포섭하고 속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작가는 《댓글부대》를 통해 경고한다.

 

- 출판사 리뷰에서 -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내용의 소설이다. 요즘 현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양극화가 되어가고 있어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데 , 소설은 그러한 미래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읽었다. 소설 속의 설정은 단지 소설로 끝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