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해리 1, 2 - 공지영

튼씩이 2018. 12. 16. 12:41




안개의 도시 ‘무진’에서 자란 주인공 한이나는 엄마의 병구완을 위해 고향을 찾는다. 방학 때 가끔 다니러 온 적 외에 오래 있어보지 않은 이나는 엄마가 입원한 무진 가톨릭 대학 병원 앞에서 백진우 신부 때문에 딸아이를 잃었다는 최별라를 만난다. 그녀는 딸이 진보적 성향의 정치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아 온 백 신부를 따르던 중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해 그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석 달째 1인 시위 중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인터넷 언론사에서 10년 넘게 기자로 일해온 이나는 익숙한 이름 저편에 무언가 도사리고 있음을 짐작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을 성추행한 백진우 신부의 곁에 어린 시절 이나를 몹시 따르던 친구 이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별라가 수집한 자료들이 증거로 채택되기 힘든 불법 수집물이라는 점에서 난항을 겪지만, 그 와중에도 백 신부와 이해리에게 피해를 당한 증언자들이 속속 이나에게 연결된다. 이해리에게 남편과 재산을 모조리 빼앗긴 장애인 복지시설 운동가, 죄 없이도 옥살이를 하고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인테리어 업자, 이해리와 백 신부의 농간으로 사업에 실패한 양식업자 등……. 한편, 백 신부의 비리와 가톨릭 무진 교구의 장애인 수용 시설인 소망원의 비극이 엮이면서 사건은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 YES24에서 -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소설 속에서 만이라도 정의가 이기기를 바라면서 불편을 감수했지만, 소설에서도 정의는 이기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악의 존재는 결코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고 함께 뭉처서 끝까지 버티는 괴물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고, 힘 없는 자들의 끝없는 추락에 안타까운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결국 하수인들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물러나지만, 악의 우두머리는 살아 남아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한 없이 작아지는 내 자신을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책을 덮고 책상에서 일어서는 이 순간도 무진이라는 도시에 가득 찬 안개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