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먹는 밥은 수라, 양반이나 윗사람이 먹는 밥은 진지, 하인이나 종이 먹는 밥은 입시, 귀신이 먹는 밥은 메라고 불렀다. 밥은 같은 밥인데 들어가는 목구멍, 그러니까 포도청이 어디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졌던 것이다.
강다짐처럼 반찬 없이 먹는 밥은 매나니, 꽁보리밥은 두 번 삶는다고 해서 곱삶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다짐이나 매나니, 곱삶이, 반찬이 소금뿐인 소금엣밥에 남이 먹다 남긴 대궁밥을 먹더라도 마음 편하게 먹는 밥이 남의 눈치를 보아 가며 먹는 눈칫밥이나 값을 치르지 않고 거저로 먹는 공밥보다는 훨씬 더 살로 갈 것이다. 대궁은 흔히 '짬밥'이라고 하는 군대의 잔반(殘飯)과 통하는 말이다.
드난밥은 드난살이하면서 얻어먹는 밥, 기승밥은 논밭에서 김을 맬 때 집에서 가져다 먹는 밥이고, 사잇밥은 새참, 밤밥은 밤 늦게 먹는 밥, 즉 야식(夜食)이다. 구메밥은 옥의 벽 구명으로 죄수에게 넣어 주는 밥으로 교도소에서 먹는 콩밥과 비슷한 뜻의 말이다. 소나기밥은 소나기가 오는 것처럼 갑자기 많이 먹는 밥을 뜻한다. 아마 거식증(巨食症) 환자가 먹는 밥일 것이다.
밥은 어떻게 지어졌는가에 따라 진밥과 된밥, 선밥과 탄밥으로 나뉘는데, 실수를 하면 삼층밥이 되고, 일부러 한쪽은 질게 한쪽은 되게 지은 밥은 언덕밥이라고 한다. 아주 된밥은 고두밥이라고 하고, 찹쌀이나 멥쌀을 시루에 쪄서 지은 고두밥은 지에밥이라고 한다. 지에밥에 누룩을 섞어 버무린 것은 술밑이라고 해서 술의 밑감으로 쓰이는데, 술을 담글 때 쓰는 지에밥은 술밥이라고도 한다. 되지기는 찬밥에 물을 부어 다시 지은 밥을 가리킨다. 누룽지는 눌어붙었다고 해서 눌은밥, 솥이나 가마를 훑어낸 것이라 해서 솥훑이, 솥울치 또는 가마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궁 (명) 먹다가 그릇에 남긴 밥
쓰임의 예 - 먹던 대궁을 주워 모아 짠지 쪽하고 갖다 주니 감지덕지 받는다. (김유정의 소설 <산골 나그네>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 하자
- 언덕밥 : 솥 안에 쌀을 언덕지게 안쳐서 한쪽은 질게, 다른 쪽은 되게 지은 밥
'지난 게시판 > 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5 - 꾸미 (0) | 2019.02.09 |
---|---|
004 - 밥술 (0) | 2019.02.06 |
003 - 이밥 (0) | 2019.02.05 |
002 - 강밥 (0) | 2019.02.04 |
우리말은 재미있다 - 장승욱 (0) | 2019.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