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五穀)은 쌀 · 보리 · 콩 · 조 · 기장의 다섯가지다. 그런데 대보름날 지어먹는 오곡밥은 이 오곡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 찹쌀 · 기장 · 차조 · 검정콩 · 붉은팥으로 지은 밥이다. 헷갈린다. 또 오곡백과(五穀百果)라는 것이 있는데 오곡은 그렇다 치고 백과, 그러니까 백 가지 과실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모른다. 백과라는 말이 백과사전에도 안 나온다. 국어사전에 국어가 없는 것과는 다르지만, 백과사전에 백과가 없으니 섭섭하다. 아마도 백과라는 말을 만든 사람은 곡식에 대해서는 환하지만 과실의 종류에 대해서는 생무지였던 것 같다. 그래서 오곡육과나 오곡칠과 하면 사람들이 육과나 칠과가 무엇무엇이냐고 종주먹을 들이댈 테니까 그냥 두루뭉실하게 많은 과실이라는 뜻에서 백과라고 하고 만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오곡의 첫머리에 꼽히는 쌀은 끈기가 많고 적음에 따라 찹쌀과 맵쌀로 나뉘는데, 맵쌀은 다른 잡곡에 비교해 입쌀이라고 부른다. 입쌀로 지은 밥이 이밥이다. 입쌀과 찹쌀을 아울러 '벼에서 나온 쌀'이라는 뜻에서 볍쌀로 부르기도 한다. 벼의 껍질인 겨는 곁겨인 왕겨와 속겨인 쌀겨로 나뉘는데, 벼를 갈아서 왕겨만 벗기고 속겨는 그대로 둔 쌀이 매조미쌀, 즉 현미(玄米)다. 벼를 찧어 속겨를 벗기고 깨끗하게 하는 것은 '쓿는다'고 하는데, 쓿어서 곱게 된 쌀을 쓿은쌀이나 아주먹이라고 한다. 한자말로 정백미(精白米)라고 하는 것이다.
곡식의 알이 낟인데, 낟알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곡식의 알맹이, 낱알은 낟알 하나하나를 가리킨다. 낟알기는 곡기(穀氣)와 같은 말이다. 낟가리는 낟알이 붙은 채인 곡식 단을 쌓은 더미, 볏가리는 볏단을 쌓은 더미, 담불은 높이 쌓은 곡식 무더기를 말한다. 마찬가지로 볏담불은 벼를 쌓은 무더기다. 타작할 때 나오는 낟알이 섞인 짚북데기는 괴꼴이라고 하고, 벼를 되고 나서 마당에 처진 찌꺼기 곡식은 뒷목이라고 한다. 되질을 한 뒤 조금 남은 곡식은 됫밑, 마질한 뒤 남은 것은 말밑이다.
이밥 (명) 입쌀로 지은 밥
쓰임의 예 - 나는 밥에 잡곡을 두어 먹고 싶어 하나 아이들은 이밥만을 좋아한다. (조풍연의 수필 <청사수필>에서)
- 상에는 하얀 이밥에 생선 토막이 올라 있었다. (이동하의 소설 <장난감 도시>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아주먹이 - 쓿어서 곱게 된 쌀. = 쓿은쌀. 정백미(精白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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