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04 - 밥술

튼씩이 2019. 2. 6. 13:04

숟가락에는 왜 ㄷ받침을 쓰고 젓가락에는 왜 ㅅ받침을 쓰는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숟가락과 젓가락에 모두 붙어 있는 '가락'은 '가늘고 길게 토막이 난 물건의 낱개'를 뜻하며, 또 그것을 세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가락'이 붙기 전의 말이 숟가락의 경우는 '술', 젓가락의 경우는 '저'라는 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밥술과 밥숟가락이 동의어인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술은 숟가락을 뜻한다. 한글맞춤법 제29항은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소리가 'ㄷ'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설+달 → 섣달', '이틀+날 → 이튿날', '풀+소 → 푿소'가 된 것처럼 '술+가락 → 숟가락'이 된 것이다. 반면 젓가락은 '저+ㅅ+가락'의 구조이고 이때의 'ㅅ'은 사이시옷이다. 저는 원래 우리말인데 한자를 빌려 '箸'로 쓰기도 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꺼번에 같이 일컫는 것은 너무나 쉬운 말, 수저다. 수저는 숟가락의 높임말이기도 하다. 젓가락 한 쌍이나 젓가락 한 쌍과 숟가락을 같이 묶어서 세는 단위는 메라고 한다. 두껍고 곱게 만든 숟가락은 간자숟가락, 얇고 거칠게 만든 숟가락은 잎숟가락, 끝이 닳아서 모지라진 숟가락은 왜지숟가락이라고 하며, 숟가락총 끝에 동그란 꼭지가 달리 숟가락은 꼭지숟가락이라고 하는데 어린아이들이 쓴다.


숟가락총이란 숟가락의 자루를 말하는데, 줄여서 술총이라고 한다. 술은 한 숟가락 뜬 분량을 세는 단위이기도 하다. 술총 끝에 달린, 무엇을 떠서 입에 넣는 부분은 술잎, 술총과 술잎이 이어진 부분은 술목이라고 한다. 술잎에서도 오목하게 들어가 무엇을 뜨게 된 부분은 술바닥, 그 반대쪽은 술등이라고 하고, 술잎의 아래쪽 끝은 술끝, 술잎의 둥그런 가장자리는 술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숟가락 하나도 일곱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하찮은 숟가락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숟가락이 없었으면 지금 당신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밥술 (명) ① 밥숟가락 ② '생계(生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쓰임의 예 - 우길은 밥술을 놓고 사랑 마당으로 나왔다. (한설야의 소설 <탑>에서)


              - 마누라 하나 잘 둔 덕에 밥술 걱정은 없이 사는 것 같아. (송기숙의 소설 <암태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잎숟가락 - 얇고 거칠게 만든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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