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오지 않는데 몹시 추운 추위를 강추위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강더위는 비는 오지 않고 볕만 쬐는 심한 더위를 가리킨다. 강추위나 강더위는 강속구(强速球)나 강펀치처럼 세다는 뜻의 한자 강(强) 자가 붙어서 된 말일 것으로 짐작하기가 쉽지만 그건 아니다. 강추위나 강더위의 앞에 붙은 '강-'은 '아주 호되다'는 뜻과 아울러 '어딘가 모르게 억지스럽고 어색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그렇게 어색하고 억지스럽게 보이는 것은 대체로 눈이나 비, 국물 같은 '물기'의 결핍 때문이다. 겨울에는 눈이 오고 여름에는 비가 오며, 밥이 있으면 국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강에서 부는 바람도 강바람이지만, 비는 안 오고 몹시 부는 바람도 강바람이라고 한다. 강다짐은 밥을 국이나 물이 없이 그냥 먹는 일을 가리킨다. 강다짐은 물기의 결핍, 강밥은 반찬(국도 반찬으로 보아서)의 결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이 정말 슬퍼서 울게 되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난다. 그런데 슬프지도 않으면서 울려고 하면 눈물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억지로 우는 울음을 강울음이라고 한다. 또 비가 안 와서 마른 논에 호미나 꼬챙이로 땅을 파면서 억지로 심는 모는 강모라고 한다.
'강-'은 또 이름씨 앞에 붙어서 '그것만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흙을 쓰지 않고 돌로만 쌓은 담은 강담, 좁쌀로만 지은 밥은 강조밥, 보리쌀로만 지은 밥은 강보리밥이라고 한다. 물론 쌀로만 지은 밥은 그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에 강쌀밥이라고 하지 않는다. 즉 '강-'에는 '그것만을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이 상궤(常軌)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억지스럽고 어색하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강보리밥이라는 말은 깡보리밥이 되었다가 다시 꽁보리밥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깡술이라는 말도 '깡으로 마시는 술'이라는 뜻이 아니라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가리키는 강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밥 (명) 국이나 찬도 없이 맨밥으로 먹는 밥
쓰임의 예 - 그 성미에 나대기는 남이 두 몫 세 몫 나댈 것인데 닷새 동안이나 한데서 말뚝잠에 강밥을 먹고 나면 몸이 견뎌 날까 싶지 않아 미리 몸보신을 좀 해서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송기숙의 소설 <암태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 하자
강울음 - 슬프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우는 울음
'지난 게시판 > 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5 - 꾸미 (0) | 2019.02.09 |
---|---|
004 - 밥술 (0) | 2019.02.06 |
003 - 이밥 (0) | 2019.02.05 |
001 - 대궁 (0) | 2019.02.03 |
우리말은 재미있다 - 장승욱 (0) | 2019.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