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메뉴로 '돼지뽈살찌개', '대구뽈찜' 같은 것들이 있다. 뽈은 볼이 경음화한 것이다. 혹시 사전에 볼살이라는 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보니 보리쌀의 경상도 사투리란다. 재미있다. '볼테기찜'으로도 쓰이는 '뽈찜'은 대구 머리를 쪄낸 음식이다. 볼테기 역시 뽈과 마찬가지로 말의 세계에서 주민등록이 안 돼 있는 말이다. 대신 사전에는 볼따구니, 볼때기, 볼퉁이 같은 말들이 있다. 모두 볼의 낮춤말이다.
청진동의 터줏대감인 <청진옥>에는 '새벽따구국'이라는 메뉴가 있다. 따구는 뭘까. 뼈다귀의 사투리인 뼉다구를 소리나는 대로 적으면 '뼉따구'가 되는데, 바로 이 뒷부분을 따온 것이다. 그러면 '오모가리찌개'와 '오모리찌개'는 또 뭘까. 둘 다 '묵은지찌개'로 보면 된다. 오모가리는 뚝배기를 뜻하는 전주 지방 사투리고, 오모리는 김치를 저장하는 항아리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오모가리찌개'를 팔다가 이제는 '오모리찌개'를 파는 사람의 주장이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사전에는 오모리가 꽁무니의 옛말이라고 돼 있다.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삼겹살의 천하통일을 좌시할 수 없어 도전장을 내밀며 육림(肉林, '고기 세계의 무림'이라는 뜻이다)에 등장한 돼지고기들의 이름들이다. 돼지나 개의 목덜미를 항정이라고 하는데, 항정살은 목 아래쪽 부위의 살로, 육질이 쫀득쫀득하고 지방이 골고루 퍼져 있기 때문에 고소한 맛이 난다. 모서리살이나 천겹살로 불리기도 한다. 가브리살은 원래 '등잡육'으로 불리던 잡고기였는데, 가브리살이라는 이름으로 신장개업해 히트한 경우다. 돼지의 등껍질 가까이 붙어 있는 살이라 '(등) 가에 붙은 살'이라고 하던 것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동안 자연스레 가붙은살 → 가부리살 → 가브리살로 바뀌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부리가 가오리의 사투리여서 그런지 간혹 가오리살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갈매기살은 돼지의 가로막 부위에 있는 살로 안창고기라고도 한다.
아늠 (명) 볼을 이루고 있는 살
쓰임의 예 - 그제야 아내는 말귀가 열리는가 아늠을 씰룩대며 비웃었다. (이문구의 소설 <우리동네>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갈매기살 - 돼지의 가로막 부위에 있는 살. = 안창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