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10 - 부꾸미

튼씩이 2019. 2. 24. 14:08

"떡 도르라면 덜 도르고 말 도르라면 더 도른다"는 속담이 있다. 비슷한 것으로 "말은 보태고 떡은 뗀다"는 말도 있는데, 사람들이 그만큼 남의 말을 전해 소문내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도른다'는 것은 몫몫이 나누어 집집마다 보내주는 것을 뜻한다. "떡에 밥주걱"은 떡시루 앞에 밥주걱을 들고 덤비는 사람처럼 무슨 일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떡으로 치면 떡으로 치고 돌로 치면 돌로 친다"는 말도 있다. 선의(善意)에는 선의로, 악의(惡意)에는 악의로 대한다는 뜻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통하는 말이다. 그런데 떡으로 치는 것도 치는 것은 치는 것이고, 또 맞으면 아플 텐데 그것도 선의로 받다들여야 할지, 글쎄 그것은 좀 더 두고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떡 해 먹을 세상"은 통이 크게 세상으로 떡을 해 먹는다는 것이 아니고 뒤숭숭하고 궂은 일이 자주 일어나는 세상을 뜻하는데, 떡을 해서 귀신에게 고사라도 지내지 않으면 가라앉지 안을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귀신은 떡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떡 해 먹을 집안"은 마음이 서로 맞지 않아 화합하지 못하고 어려운 일만 잇따라 생기는 집안을 말한다. 재수가 없거나 못마땅할 때 "떠그랄"이라는 욕을 할 때가 있는데, "떠그랄"은 "떡을 할"이 바뀐 말이다. 또 "떡이 별 떡 있지 사람은 별사람 없다"는 속담도 있다. 떡에는 별의별 떡이 다 있지만 사람은 비슷비슷해서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떡에는 가짓수가 정말 많다. 시루에 찌고, 안반에 치고, 번철에 지지고, 소댕에 부치고, 손으로 빚어서 만드는 떡의 계보(系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람이 이 많은 떡을 언제 다 먹고 게다가 밥까지 먹고 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다. 안반은 떡을 칠 때에 쓰는 두껍고 넓은 나무판, 번철은 지짐이나 부침개를 만들 때 쓰는, 솥뚜껑을 뒤집은 것처럼 생긴 무쇠 그릇으로 쉽게 말해 프라이팬이고, 소댕은 솥뚜껑 비슷한 것이 아니라 진짜 솥뚜껑이다.


부꾸미 (명) 찹쌀가루, 밀가루, 수수 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둥글고 넓게 하여 번철에 지진 떡.


쓰임의 예 - 손님이 있을 때면 경주네 주막에서는 부꾸미와 빈대떡을 부치는 구수한 냄새가 김과 함께 포렴 사이로 새어 나왔다. (윤홍길의 소설 <황혼의 집>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안반 - 떡을 칠 때에 쓰는 두껍고 넓은 나무판. = 떡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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