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과 반대로 '개-'는 진짜나 좋은 것이 아니고 함부로 된 것이라는, 요컨대 '개떡 같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개떡 같다'는 '개똥 같다'와 같이 보잘것없다, 하잘것없다는 뜻을 가진 말인데, 노깨나 메밀의 속나깨, 거친 보리 싸라기 같은 것을 반죽하여 납작납작하게 반대기를 지어 밥 위에 얹어 찐 떡이 개떡이다. 노깨나 속나깨가 뭐냐고? 노깨는 밀가루를 뇌고 난 찌끼를 가리킨다. 점입가경(漸入佳境)! 뇌는 뭐냐고? 가루를 더 보드랍게 하려고 고운체에 다시 치는 것을 '뇐다'고 한다. 잘 알아듣게 하려고 한 말을 자꾸 되풀이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뇐다'고 한다. 속나깨는 메밀의 고운 나깨, 나깨는 메밀의 속껍질이다. "깬다 깨' 하지 말고 남 주는 것 아니니까 열심히 배우자. 싸라기는 살의 부스러기를 가리키고, 반대기는 가루를 반죽한 것을 편편하고 둥글넓적하게 빈대떡 모양으로 만든 조각을 말한다. 개떡이 생긴 모양은 그래도 맛을 괜찮은 편인데, 왜 개똥과 한 가지로 취급되게 되었을까. 개떡 입장에서는 개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앞가지 '개-'가 쓰인 것으로는 개꿈, 개머루, 개살구, 개나리 같은 낱말들이 있는데(개구리는 아니다), 여기에서 개나리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개나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봄의 신호처럼 피어나는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하는 노란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이고, 참나리의 상대어인 개나리는 백합과에 속한다. 정리하자면 나리와 백합(百合)은 한 가지 꽃의 다른 이름이고, 앞가지 '개-'가 붙은 개나리는 야생하는 나리의 총칭으로서 물푸레나무과의 개나리와는 동명이인(同名異人), 아니 동명이종(同名異種)인 것이다.
야생(野生)의 뜻을 나타내는 앞가지로는 '개-' 말고도 '돌-' '들-' 같은 것들이 있다. '돌-'이 붙은 것으로는 돌미나리, 돌배, 돌능금, '들-'이 붙어서 된 것으로는 들국화, 들장미, 들개 따위가 있다.
개꿈 (명) 특별한 내용도 없이 어수선하게 꾸는 꿈
쓰임의 예 - 그것은 낮잠 속에 언뜻 비치다가 사리지는 개꿈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윤홍길의 소설 <완장>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노깨 - 밀가루를 뇌고 난 찌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