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짜장면을 찾아보면 '자장면의 잘못'이라고 돼 있다. 볼 때마다 짜장('정말로'라는 뜻이다) 짜증이 난다. 아니 어느 개그에 나오는 표현처럼 '짜장 열 그릇'이다. 중국어 작장면(炸醬麵, Zhajiangmian,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자면 '자장멘'으로 써야 한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 자장면으로 써야 한다는 것인데,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김치를 기무치로 써야 한다는 주장처럼 황당하게 느껴진다. 짜장면이 어떤 존재인가. 나무젓가락을 쪼개 두 손에 나눠 들고 생애의 첫 짜장면을 기다리던 순간의 설렘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추억 속의 음식 목록 제1호, '국민 식단'의 대표선수가 짜장면 아닌가 말이다. 짜장면은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중화요리임이 분명하지만, 이미 우리 것이 된 지 오래된 한국 음식이다. 그런 정서를 무시하고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부르기를 강요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짜장면 호칭 되찾기 국민운동본부>라도 조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중국에 죽의 장막이 둘러쳐저 있을 때는 중국에 짜장면이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내기가 벌어지곤 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중국에는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멘'이 있다. 특히 베이징 자장멘은 유명하다.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맛있는 음식은 아니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국수에 얹혀 나오는 소스가 너무 적어서 그냥 먹으면 싱겁고, 한국식으로 소스를 잔뜩 얹으면 짜서 먹을 수가 없다. 내가 먹어본 자장멘 가운데 최고는 사천식이다. 소스가 풍성한데다 사천 특유의 매운맛이 더해져 환상적인 맛을 낸다.
짜장면 얘기만 하고 말면 섭섭해할 것 같아서 짬뽕에도 몇 줄 할애를 해야겠다. 짬뽕은 짜장면보다 더욱더 한국적인 음식이다. 중국에서 짜장면 비슷한 자장멘은 많이 먹어봤지만 짬뽕과 비슷한 음식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국어사전은 짬뽕을 중국 음식 이름인 초마면(炒碼麵)으로 순화하기를 권하고 있다. 순화(醇化)는 '잡스러운 것을 걸러서 순수하게 함'인데 이런 것은 순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제안한 '얼큰탕'이 차라리 낫다.
짜장 (명) 과연 정말로
쓰임의 예 - 제발 남편이 신발과 댕기를 사 오기를 축수하고 나서, 짜장 댕기와 고무신을 사 오지 않으면 사생결단으로 싸워 보리라 마음먹었다. (정비석의 소설 <성황당>에서)
- 기를 쓰고 가르쳐 본댔자 소 귀에 경 읽기라는 말이 짜장 헛된 이야기만도 아닌 셈이었다. (박태순의 소설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에서)
'우리말은 재미있다' 이 책이 발행되었던 2009년 10월에는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했었는데요,
2011년 8월 31일부터는 '짜장면'과 '자장면' 둘 다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둘 다 맞는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