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을 갖춰 밥상 하나늘 차릴 수 있게 만든 한 벌의 그릇을 반상기(飯床器)하고 하는데, 반상기는 주발, 탕기, 대접, 보시기, 종지, 쟁첩을 기본으로 한다. 대접 말고는 뚜껑을 갖추는 것이 원칙이다.
주발은 원래 남자가 쓰는 밥그릇으로, 여자가 쓰는 밥그릇은 바리라고 하는데, 작은 바리는 돌바리라고 한다. 바리때는 절에서 중들이 쓰는 밥그릇이다. 원래 탕기는 국그릇이고, 대접은 숭늉이나 냉수를 떠 놓는 데 쓰던 물그릇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접이 국그릇 노릇까지 맡아 하게 되면서 탕기는 그 이름마저 희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전에는 주발 · 탕기가 한 세트였다면 지금은 주발 · 대접이 한 세트를 이룬다. 시앗이 본부인을 밀어낸 형국이라고나 할까.
예문에 나온 김치보시기를 세 글자로 줄이면 김칫보가 된다. 보시기에는 김칫보, 조칫보 같은 것들이 있는데, 김칫보는 김치를 담아 먹는 보시기, 조칫보는 조치를 담아 먹는 보시기다. 조치는 비상조치나 긴급조치의 조치가 아니라 바특하게, 그러니까 국물이 많지 않게 만든 째개나 찜을 가리키는 말이다. 뚜껑이 있는 보시기는 합보시기라고 한다. 바라기는 크기는 보시기만 한데 아가리는 훨씬 더 벌어진 반찬그릇으로 사기(沙器)의 일종이다.
종지는 간장이나 고추장 같은 양념을 담는 작은 그릇이고, 쟁첩은 여러 가지 반찬을 담는 작은 접시를 가리킨다. 반상기로 차린 밥상을 반상이라고 하는데, 반상은 쟁첩의 숫자에 따라 3첩, 5첩, 7첩, 9첩반상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9첩반상에는 숙채, 생채 두 가지, 구이 두 가지, 조림, 전, 마른반찬, 회 같은 반찬이 올라간다. 3, 5, 7, 9… 이렇게 홀수로 밥상을 차리던 관습이 영향을 끼쳐 우리나라의 술꾼들은 아직도 소주병을 홀수로 따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 연구해 볼 일이다.
보시기 (명) 김치나 깍두기 따위를 담는 반찬 그릇의 하나. 모양은 사발 같으나 높이가 낮고 크기가 작다.
쓰임의 예 - 봉춘네는 뜨거운 숭늉에 말아서 한 대접하고 김치보시기를 내밀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조치 - 바특하게 만든 찌개나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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