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맛을 이야기할 때, 아무래도 감칠맛 나는 젓갈을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성인병이다 뭐다 해서 짠맛을 기피하는 경향 때문에 구박덩이가 돼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생선의 창자로 담근 젓을 구제비젓, 또는 밸로 담갔다고 해서 밸젓이라고도 한다. 구제비젓 가운데 가장 알려진 것이 창난젓이다. 갈치 창자는 갈치창젓, 대구 창자는 대창젓, 해삼 창자는 해창젓의 밑감이다. 그러면 전어 창자로 담근 젓은? 전례대로 하자면 전창젓 일 것 같지만 아니다. 돔배젓이라고 한다. 또라젓은 숭어, 속젓은 조기의 창자로 담근 젓이다.
아가미로는 아감젓, 알로는 알젓을 만드는데, 고지젓은 이도 저도 아닌 명태의 이리로 담근 젓이고, 민어 부레로 담근 부레젓도 있다. 아감젓은 대구아감젓, 알젓은 명란젓이 아무래도 가장 윗길이 아닌가 싶다. 트뤼플(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캐비아(철갑상어 알젓)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지만, 러시아에 가서 먹어보니 짜기만 하고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비싼 맛에 먹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어리젓은 얼간으로 담근 젓인데, 어리젓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서산 어리굴젓이다. 얼간이라는 것은 소금에 조금 절이는 간을 뜻한다. 됨됨이다 똑똑지 못하고 모자라는 사람을 얼간이라고 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소금에 절여진 것처럼 생기를 잃어버렸다는 뜻일 것이다.
새우젓에는 세하젓, 오젓과 육젓, 추젓 같은 것들이 있다. 세하젓은 초봄에, 추젓은 가을에 담그며, 오젓은 오사리, 즉 이른 철의 사리에 잡힌 새우로, 육젓은 유월에 잡힌 새우로 담근 젓이다. 오사리에는 온갖 잡살뱅이 고기가 섞여 있다는 데서 여러 가지 불량한 잡배들을 오사리잡놈으로 일컫게 됐다고 한다. 또 그런 잡살뱅이 고기를 마구 섞어 담근 젓을 조침젓이나 잡젓이라고 한다. 곤쟁이는 새우의 일종인데, 푹 삭힌 곤쟁이젓은 따로 감동젓이라고 부른다. 그 맛이 얼마나 감동적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먹어보고 싶다.
곤쟁이젓 (명) 곤쟁이로 만든 젓
쓰임의 예 - 흰죽에 곰삭은 게장이나 곤쟁이젓 짠 것을 곁들여 내면 반 넘어 그릇을 비웠다. (박완서의 소설 <미망>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조침젓 - 잡살뱅이 고기를 마구 섞어 담근 젓. = 잡젓.
'지난 게시판 > 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0 - 보시기 (0) | 2019.04.06 |
---|---|
019 - 창난젓 (0) | 2019.03.31 |
017 - 들때밑 (0) | 2019.03.24 |
016 - 소줏고리 (0) | 2019.03.23 |
015 - 성애술 (0) | 2019.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