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이 가장 많이 먹게 되는 음식은 아마도 해장국일 것이다. 해장이란 해정(解酲)이 변한 말로, 술을 마셔서 쓰린 속을 풀기 위해 아침을 먹기 전에 술을 약간 마시는 것을 뜻한다. 원칙대로 하자면 해장을 하려면 술을 마셔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술을 권하는 것은 아니니까 오해 마시기를. 사전에는 그렇게 나와 있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니까.
해장국으로 북엇국을 먹으면서 북어에 대해 생각한다. 첫째.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술을 마신다. 술 마시고 나서는 속을 풀려고 북엇국을 먹는다. 그러면 스트레스와 속의 관계는? 모두 사람이 풀어야 할 숙제인가? 술 마시면 왜 속이 묶이나? 사람은 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풀어야 하나? 끊임없이 쓸데없이 이는 의문들. 둘째. 차림표를 보니 북엇국 옆에 대구탕이 있다. 북어는 왜 국이고, 대구는 왜 탕인가.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탕(湯)이 '국의 높임말'로 나와 있다. 어느 스님의 평생 화두가 "이 뭣고"였다는데, 정말 이 뭣고?
받아들이기 싫지만 탕과 국의 관계는 그렇다 치고 넘어가자. 그런데 사전에도 TK가 있고, 말에도 연좌제가 있었던가. 대구는 높여서 탕이고, 북어(北魚)는 그냥 국이라니. 뭐 그렇다고 해서 대구탕을 대굿국, 북엇국을 북어탕으로 고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북어는 마른 명태다. 그 가운데서도 얼부풀어 더덕처럼 마른 북어를 더덕북어 또는 황태라고 하고, 더덕북어를 두드려서 잘게 찢은 살은 북어보풀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북엇국은 북어보풀음으로 끓인 것이다.
내친김에 북어의 전신, 명태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잡은 그대로의 명태는 생태, 얼리면 동태다. 큰 명태는 왜태, 맨 끝물로 잡은 명태는 막물태, 명태 새끼는 노가리다. 창난젓, 명란젓은 다 알 테고, 알주머니늘 벗겨 내고 알로만 담근 젓은 무엇이라고 할까. 그건 알밥젓이다. 알밥은 알주머니에서 털어 낸 명태 알의 알갱이를 말한다. 또 완전히 여문 명태 알은 고운알이라고 한다.
창난젓 (명) 명태의 창자에 소금, 고춧가루 따위의 양념을 쳐서 담근 젓.
쓰임의 예 - '창난'이라는 것은 명태의 창자를 뜻하는 우리의 고유어이다. …창난젓은 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자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알 란(卵) 자'를 쓰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 <명란젓/창난젓>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북어보풀음 - 더덕북어를 두드려서 잘게 찢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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