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27 - 질그릇

튼씩이 2019. 4. 27. 14:11

오짓물을 입혀 구운 질그릇이 오지그릇인데,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합쳐 부르는 말이 옹기(甕器)다. 도기(陶器)는 오지그릇만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기(砂器)는 백토를 구워 만든 그릇으로 자기(瓷器)라고도 한다. 도자기(陶瓷器)는 질그릇, 오지그릇, 사기그릇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영어로 차이나(China)는 도자기, 저팬(Japan)은 칠기(漆器, 검은 잿물을 입힌 도자기)를 뜻한다. 이웃 나라들의 이름이 도자기 세계에서 한 자리씩 하고 있을 때 도자기라면 또 '한 도자기 하는' 코리아(Korea)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도자기를 왜 차이나하고 불러야 하는지, 이것도 약소국의 슬픔이라고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찜부럭이 난다.


질그릇을 만드는 흙을 질 또는 질흙이라고 하는데, 그릇을 만들기 위해 질흙을 잘 반죽해 떼어놓은 덩어리를 꼬박이라고 한다. 꼬박을 올려놓고 돌리며 그릇의 모양을 만드는 기구를 물레하고 하는데,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의 선율이 깔리는 가운데 패트릭 스웨이지가 데미 무어의 뒤로 다가가서 포옹하는 그 장면에서 데미 무어가 돌리고 있었던 것이 바로 물레다. 꼬박을 물레 위에 올려놓고 돌리며 손이나 연장으로 흙을 뽑아 올려 그릇의 벽을 만들거나 꾸미는 일은 썰질이라고 한다. 썰질과 비슷한 일로 타렴질이 있는데, 타렴질은 물레를 돌리며 흙가래나 흙테로 그릇의 벽을 만들어 붙이는 일이다. 흙가래는 질흙을 가래떡처럼 만든 것이고, 흙테는 띠처럼 넓적하고 길게 만든 것인데, 흙가래와 흙테를 합쳐 타렴이라고 하는 것이다.


도자기를 만들 때 그릇의 몸을 긁어 모양을 내는 데 쓰는 고부라진 쇠는 가리새, 질그릇의 모양을 만드는 데 쓰는 나무쪽은 흣대라고 한다. 예새는 그릇 모양을 만든 다음 굽을 깍을 때 쓰는 연장이다. 지질박, 도개 같은 것들은 그릇의 속을 다듬는 연장이고, 수레는 옹기를 만들 때 바깥쪽을 두드려 다듬는 연장이다. 수레로 겉을 다듬을 때 그릇의 안쪽에 맞대는 연장은 조막이라고 한다.


질그릇 (명) 잿물을 덮지 아니한, 진흙만으로 구워 만든 그릇. 겉면에 윤기가 없다.


쓰임의 예 - 측간에서 나온 물치네가 뒤란 우물로 갔다. 질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물 퍼 붓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승원의 수필 <해일>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꼬박 - 그릇을 만들기 위해 질흙을 잘 반죽해 떼어놓은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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