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단비, 꿀비가 있는 것처럼 잠에도 단잠, 꿀잠이 있다. 꽃잠이나 발을 펴고 자는 발편잠과 함께 편안하고 기분 좋은 잠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즐거운 잠을 가리키는 말은 별로 많지 않다.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 불편한 잠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모로 누워 몸을 오그리고 자는 새우잠, 깊이 잠들지 않아 자주 깨면서 자는 괭이잠, 노루잠, 토끼잠 같은 말들은 모두 불편한 잠을 동물에 빗대어 나타낸 말이다. 괭이잠과 같이 깊이 들지 않은 잠을 다른 말로는 겉잠, 선잠, 풋잠, 수잠, 여윈잠이라고 하고, 반대로 아주 깊이 든 잠은 속잠, 굳잠 또는 귀잠이라고 한다. 그루잠이나 두벌잠은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이다. 개(犬)가 아니라 고칠 개(改) 자를 쓰는 개잠도 아침에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을 가리킨다. 일어나려고 자명종을 맞춰 놓았지만 자명종이 울리면 꼭지만 누르고 다시 자는 잠도 개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짜 개 자를 쓰는 개잠은 개처럼 머리와 팔다리를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 자는 잠을 말하는데, 깊이 들지 못하고 설치는 잠도 개잠이라고 한다. 사로잠도 개잠과 비슷한 선잠이다. 밤새도록 깨지 않고 온전히 자는 잠은 온잠이나 통잠이라고 한다.
늦잠과 반대로 저녁 일찍부터 자는 잠은 일잠, 거짓으로 짐짓 자는 체하는 잠은 꾀잠이나 헛잠, 누운 자리에서 빙빙 돌면서 자는 잠을 돌꼇잠,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모로 누워 자는 것은 칼잠이나 갈치잠이라고 한다. 앉은 채로 자는 말뚝잠, 남의 발치에서 자는 발칫잠, 옷은 입은 채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는 등걸잠, 한데에서 자는 한뎃잠 또는 한둔, 이렇게 불편한 잠을 가리키는 말들이 많다는 것은 거꾸로 사람에게 잠이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잠에 대한 사람의 열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런 사정이다 보니 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쪼그리고 잠깐 자는 쪽잠, 자야 할 시간이나 장소도 아닌데 남의 눈을 피해 몰래 자는 도둑잠을 자더라고 사람은 자야만 하는 것이다. 밥이 하늘인 것처럼 잠도 하늘이다.
사로잠 (명) 염려가 되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바심하며 자는 잠
쓰임의 예 - 금슬 좋았던 55년생 동갑내기 부부의 아픈 사랑은, 엄마의 병상 곁에서 사로잠 자는 아빠의 사진으로 남았다. (한국일보 기사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그루잠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 두벌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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