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28 - 자리끼

튼씩이 2019. 4. 28. 12:54

물은 크게 보아 민물과 짠물, 단물과 센물로 나눌 수가 있는데, 민물과 짠물은 소금기, 단물과 센물은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광물질의 함유 여부에 따라 갈라진다. 짠물은 간물이라고도 하는데, 간물의 물 대신 수(水) 자를 쓴 간수는 소금이 습기를 빨아들여 저절로 녹아 흐르는 몹시 짜고 쓴 물로, 요즘의 농약이나 제초제처럼 삶이 너무 무거워 생명을 반납하려는 사람들이 마시는 최후의 음료수였다. 겉물은 액체가 잘 섞이지 않아서 위에서 겉도는 물이고, 군물은 음식이나 풀 위에 따로 생기는 물이나 뜨거운 물에 덧치는 맹물, 또는 끼니때 이외에 마시는 물을 뜻한다. 제깃물은 간장을 담그고 뜨기 전에 장물이 줄어드는 대로 채워 넣는 소금물을 가리킨다. 벌물은 논에 물을 대거나 그릇에 물을 넣을 때 한데로 흐르는 물을 가리키는데, 물고문을 할 때 쓰이는 물이나 맛도 모르고 함부로 들이켜는 물도 벌물이라고 한다. 밤을 지낸 자리끼는 밤잔물이나 밤잔숭늉이라고 한다. 아마 자리끼도 사람과 같이 잠드는 모양이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 물은 헛물인데, 그래서 아무 보람도 없이 애만 쓰는 일을 '헛물켠다'고 한다.


우물가나 수돗가에서 세숫대야 같은 데에 담긴 물을 가로로 쫙 퍼지게 끼얹는 물을 나비물이라고 하는데, 그때 튀는 크고 작은 물의 덩이를 물똥이라고 한다. 물구슬은 비나 이슬이 맺힌 동그란 물방울, 방울꽃은 물방울을 꽃에 비유한 말이다. 그러나 물구슬이나 방울꽃 같은 어여쁜 물도 고장물이나 고지랑물에 한 번 발을 담그면 돌이킬 수가 없다. 어여쁨 같은 것은 청춘과 마찬가지로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고장물은 구정물의 작은말인데, 헌데에서 고름이 빠진 뒤에 흐르는 진물을 뜻하기도 한다. 고지랑물은 썩어서 더러운 물이다. 쇠지랑물은 외양간에 고인 쇠오줌이 썩어서 된 검붉은 물, 지지랑물은 비 온 뒤 썩은 초가지붕에서 떨어지는 쇠지랑물 빛깔의 낙숫물, 추깃물은 송장이 썩어서 흐르는 물이다.


자리끼 (명) 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


쓰임의 예 - 방 안에는 모기장이 처져 있었고 머리맡에는 아내가 늘 준비해 두던 자리끼도 없었다. (김원일의 수필 <노을>에서)


              - 어째 일찍 일어나서 자리끼도 내오고 요강도 치우지 못하느냐. (한설야의 수필 <탑>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나비물 - 세숫대야 같은 데에 담긴 물을 가로로 쫙 퍼지게 끼얹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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