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온몸을 뜻하는 '사대육신'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99년판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 표기가 '四大肉身'으로 돼 있는데,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四大六身'으로 고쳐져 있다. 99년판 『표준국어대사전』은 시인 이상(李箱)의 이름을 '李霜'으로 표기한 것을 비롯해 잘못된 부분이 숱한데 이렇게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사대육신은 '사대'와 '육신'이 합쳐진 말인데, '사대'와 '육신'은 따로따로 써도 '사람의 몸'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사대(四大)는 사람의 몸이 땅, 물, 불, 바람의 네 가지 요소로 이뤄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육해(六骸)라고도 하는 육신(六身)은 두 팔과 두 다리, 머리와 몸뚱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오(五)'로 시작되는 낱말 가운데 사람의 온몸을 뜻하는 것을 찾아보니 오체(五體)가 있다. 오체는 육신에서 몸뚱이를 뺀 나머지, 즉 사람의 머리와 팔다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오체투지(五體投地)'는 말 그대로 '오체를 땅(地)에 던지는(投) 절'이다. 오체투지의 순서를 이렇다. 먼저 두 무릎을 꿇는다. 이어 두 팔을 땅에 대고 엎드린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함으로써 오체가 동시에 땅에 닿도록 해야 한다. 오체투지를 제대로 하려면 '맨땅에 헤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오체에서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지칭하는 말로는 사지(四肢)나 팔다리가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지기와 활개라는 말도 있다. 지기에는 팔다리라는 뜻 말고 기운이라는 뜻도 있다. 억눌림에서 벗어나 마음을 자유롭게 가지는 것을 '지기를 편다'고 한다. 부정적인 것이 크게 성행할 때 '활개를 친다'고 하는데, 이 활개 역시 사지라는 뜻과 '활짝 편 새의 두 날개'라는 뜻을 아울러 갖고 있다. 활개춤은 두 팔을 내저으면서 추는 춤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풋처핸접(put your hands up)' 상태의 춤이 할개춤일 것이다.
활개 (명) ① 사람의 어깨에서 팔까지 또는 궁둥이에서 다리까지의 양쪽 부분.
② 새의 활짝 편 두 날개.
③ 윗부분 끝이 모이고 아래가 양쪽으로 벌어진 물건. 또는 그런 모양
쓰임의 예 - 청년의 입에서 허연 거품이 북적거렸고 네 활개는 바동바동 뒤틀리고 있었다. (이문구의 소설 <장한몽>에서)
- 한 마리의 학이 양쪽으로 활개를 쭉 펴고 있는 것이다. (이명주의 소설 <행복어사전>에서)
- 모시 중의 적삼을 입고 대님을 치고 흰 고무신에다 생고사 조끼까지 입은 귀남 아비는 어디로 가는지 두 활개를 치며 걸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활개 - 활짝 편 새의 두 날개. 또는 사지(四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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