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던 시절, 월급 받는 것도 분수에 넘치는데 하루 세 끼 밥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여주는 바람에 순두부처럼 보얗게 살이 올랐던 시절,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군대 시절, 나는 대북방송 원고를 쓰는 ‘원고병’이라는 희한한 직책을 갖고 있었다.
“전연지대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인민군 하전사 군관 여러분, 오늘도…”로 시작해서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자유 대한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국의 품으로 달려오십시오. 무엇을 망설이십니까…”로 끝나는 판에 박은 원고들로 힘겹게 돌리고 있었던 국방부 시계.
한 해에 두 번, 저쪽에서는 돼지고기에 이밥을 배불리 먹었다는 슬픈 자랑이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남쪽으로 전해졌고, 겨울이 되면 양말도 못 신고 발싸개로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디고 있느냐는 이쪽 여군 하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북쪽으로 건너가곤 했다.
발싸개. 인민군이 양말 대신 방한용으로 쓴다는 발싸개. 그런데 사전에는 그렇게 버선이나 양말 대신 발에 감는 천은 발감개라고 나와 있고, 발싸개는 버선을 신을 때 잘 들어가게 하기 위해 발을 싸는 헝겊이나 종이를 뜻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렇지만 거지발싸개라는 욕말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사전의 풀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다. 거지가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부르면서까지 우아하게 버선을 신고 다녔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거지발싸개 같은 소리는 그만두고 발에 대해서 연구해 보자. 발등이나 발바닥은 잘 알지만 발허리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이다. 발허리는 발 중간의 잘록한 부분을 말한다. 그러니까 발허리가 없는 발이 흔히 평발이라고 하는 편발, 즉 편평족(扁平足)인 것이다. 발부리는 발끝의 뾰족한 부분, 발회목은 복사뼈 위의 잘록하게 들어간 부분을 말한다.
발의 생김새에 따라서 나눠보면 볼이 넓은 발은 마당발, 반대로 볼이 좁고 갸름한 발은 채발이라고 하는데, 발끝이 오그라져 디뎌도 잘 펴지지 않는 발을 쥐엄발이라고 한다.
발샅 (명) 발가락과 발가락의 사이
쓰임의 예 – 제가 아무리 거들먹거려도 고작 왜놈 발샅에 낀 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태임이 보기엔 너무도 명료했다. (박완서의 소설 <미망>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발허리 - 발 중간의 잘록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