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40 - 대접젖

튼씩이 2019. 5. 14. 08:18

우리 몸의 여러 부분 가운데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서 가슴처럼 자주 동원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그중에는 ‘가슴이 뿌듯하다’ ‘가슴이 설레다’와 같이 만족이나 기쁨, 기대를 나타내는 말도 있지만,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내려앉다’ ‘가슴이 막히다’ ‘가슴이 찢어지다’ 같은 말들처럼 슬픔, 고통, 좌절, 괴로움, 분노 따위를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은 아프고 막히고 찢어지고 내려앉는 가슴을 부여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때로는 ‘가슴에 손을 얹고’ 회환으로 가득 찬 삶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가슴이 미어진다.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는, 몹시 애가 타는 일이 있을 때 흔히 ‘복장이 터진다’고 말한다. 복장(腹藏)이란 가슴의 한복판을 말하는데, 비슷한 말로는 두 젖 사이의 가슴을 말하는 앙가슴이나 동가슴이 있다. 가슴통은 가슴의 앞쪽 전부, 젖가슴은 젖이 있는 언저리의 가슴을 뜻하며, 옷을 입었을 때 옷과 가슴 사이에 생기는 빈틈은 살품이라고 한다. 젖가슴을 만지려면 살품으로 손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여자의 젖가슴에 크게 내민 부드러운 부분, 즉 유방을 우리말로는 젖퉁이 또는 젖통, 젖몸, 젖무덤이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젖두덩이라고 하는데, 젖퉁이를 감싸는 브래지어는 젖싸개 또는 가슴띠라고 한다. 젖퉁이에서 젖꼭지 둘레에 거무스름하게 둥근 부분은 젖꽃판이나 젖무리라고 하고, 어머니들의 젖꼭지가, 그러니까 젖꽃판 위에 좁쌀처럼 돋은 것은 옴이라고 한다.


젖퉁이는 또 그 생김새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뉜다. 연적젖은 연적같이 넓적한 젖이고, 병젖은 병처럼 길쭉한 젖, 쇠뿔젖은 쇠뿔같이 끝이 빠르고 뾰족한 젖, 쇠불알젖은 쇠불알처럼 축 늘어진 젖, 귀웅젖은 젖꼭지가 오목하게 안으로 들어간 젖을 말한다.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林巨正)』에 나오는 젖의 보학(譜學), 다시 말해 젖의 계보에 따르면 가장 아름다운 젖으로 쳤던 것은 대접젖이다.



대접젖 (명) 아래로 처지지 않고 대접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긴 여자의 젖퉁이


쓰임의 예 – 묵모 같은 대접젖의 탄력 있게 부풀어 오른 하양 젖두덩은 마치 숫눈이 소복하게 덮인 애기무덤과 같았다.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살품 - 옷을 입었을 때 옷과 가슴 사이에 생기는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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