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49 – 여리꾼

튼씩이 2019. 5. 23. 08:23

여리꾼을 요즘 말로 하면 “삐끼”쯤 될 것 같다. 여리꾼과는 다르지만 장터에서 사고파는 흥정을 붙여 주고 구전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을 주릅이라고 했는데, 중도위나 우다위, 거간꾼으로도 불렸다. 약재(藥材)의 매매를 거간하는 사람은 약주릅이라고 했다. 집을 사고파는 일에 나서는 주릅, 요즘으로 치면 공인중개사는 집주릅이나 집주름이라고 했고, 복덕방(福德房)은 집주름방으로 불렀다. 그런가 하면 파당으로 불렸던 소시장에서 흥정을 붙이는 사람은 쇠살쭈라고 했다.

놋갓장수는 놋그릇을 파는 장수, 신기료장수는 헌 신을 기워 주는 사람, 땅꾼은 뱀을 잡아다 파는 사람이고, 푸주에서 쇠고기를 베어 파는 사람은 대동이라고 불렀다. 또 어떤 물건을 자기 혼자 독차지하여 파는 독점 상인은 외목장수, 두 사람 이상이 공동으로 장사하는 사람, 요즘말로 동업자는 동무장수라고 했다.


한곳에 가게를 차려 놓고 하는 장사를 앉은장사, 물건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파는 장사를 도붓장사라고 했는데, 물건을 등에 지고 다니는 등짐장수, 말에 싣고 다니는 마장수, 이고 다니는 임장수, 광주리장수, 둥우리장수, 보따리장수가 다 도붓장사를 하는 뜨내기장수들이었다. 여러 장으로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은 장돌림 또는 장돌뱅이라고 했는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이 바로 장돌뱅이인 것이다. 방물장수나 황아장수는 집집이 찾아다니며 방문 판매를 하던 상인인데, 방물은 여자들이 쓰는 화장품이나 패물 같은 것들이고, 황아는 대님이나 허리띠, 담배쌈지, 바늘과 실 같은 잡살뱅이 물건을 말한다.


곡식을 마소에 싣고 다니며 파는 것은 시겟장수, 헌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고물상은 마병장수인데, 병에 술을 담아 들고 다니면서 팔다가 여차하면 몸도 끼워 파는 들병장수도 한 자리 끼여 있었다.



여리꾼 (명) 상점 앞에 서서 손님을 끌어들여 물건을 사게 하고 주인에게 삯을 받는 사람


쓰임의 예 – 작자는 김문현이와 가마꾼이 하는 수작을 동상전(東床廛) 여리꾼처럼 비슬비슬 웃으며 노려보고 있었다. (송기숙의 소설 <녹두장군>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외목장수 – 어떤 물건을 자기 혼자 독차지하여 파는 독점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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